<홍콩리포트>격랑에 휩싸인 대만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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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만 정가가 새해 벽두부터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리덩후이(李登輝)총통과 롄잔(連戰)부총통겸 행정원장 다음으로국민당(國民黨)내 제3인자로 평가받던 쑹추위(宋楚瑜)대만성장이지난달 31일 성장직은 물론 당중앙위 상임위원 자리를 사직한 것이다. 이같은 宋의 행동은 3일전 폐막된.국가발전회의'에서 국민당과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民進黨)이 손잡고 성장.성의원선거 동결등 성정부를 허깨비화하는.폐성(廢省)'정책에 합의한데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만문제 전문가들은 이 폐성방침이 속으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李총통(이른바 暗獨)이 주도하고 민진당(明獨)이 협력해 이뤄낸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위한 행보중 중요한 한걸음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만이 성(省)으로 편입된 것은 청조 덕종(德宗)11년인 지난 1885년.1백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만성정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대만이 중국의 일개 성에 불과하다는개념에서 탈피하는 것을 뜻한다.폐성방침은 또 李 총통의 후계자문제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성격을 갖는다.차기 대권주자 1호인 連부총통 진영이 강력한 라이벌인 宋을 권력핵심에서 밀어낸 탓이다.宋은 지난 88년 장징궈(蔣經國)전총통이 사망했을때 가장 앞장서 리덩후이를 총통으로 추대해. 쑹추위 없이 리덩후이 없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주인공이다.宋은 특히 대만내에서.중국인'이 아닌.대만인'이란 의식이 드높아지자 지난 94년 성장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만말을 배우는등 피나는 노력으로 당선된인물이지만 4년 임기중 2년만에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宋의 약점은 바로 그가 후난(湖南)에서 태어난 외성(外省)인이란 점이다.대만에서 출생한 李총통이나 連부총통등에 비해 대만인들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지고 외성인답게 중국과의 통일을 주장,대만분리 독립주의자들로부터 결코 호감을 사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 宋의 제거는 외성인의 핵심이며 동시에 중국과의 통일을주장하는 통일파 실세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만의 대(對)본토 외교변화를 짐작케 한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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