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이기는작은영웅들>시계업체 (주)로만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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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로만손시계는 지난 23일 평균 25%수준의 내년 임금 인상안을 미리 만들었다.이같은 두자리 인상률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최근의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업종으로 꼽혀 최근들어선 사양길로 접어든것으로 여겨지는 시계분야에서 로만손이 두각을 나타내는 저력은 무엇일까.
열쇠는 디자인개발과 철저한 분업화였다.8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엔 자본금 5천만원인 영세 기업수준이었지만 국제 시계시장을 보는 시각은 대기업 못지 않았다.
시계가 패션상품으로 변할것으로 확신한 로만손은 90년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세계 시계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평면적인 시계유리 대신 보석처럼 깎아 만든.커팅글라스'를 장착한 것이다.대히트였다.특히 시계를 장신구의 하나로 인 식하는 중동지역에선 주문량을 대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단숨에 로만손의 성가를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또 제품의 디자인과 개발에만 몰두할 뿐 모든 부품생산과 조립은 철저히 하청을 주는 2원생산 체제를 갖췄다.이를 통해 생산원가도 줄이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따른 위험부담도 덜었다.
디자인 개발요원은 전체직원의 30%수준인 27명.최근엔 스위스등 외국디자이너들도 객원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이같은 경영시스템 아래 창업초기 2년동안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생산에 의한 수출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줄곧 독자상표를 붙여 상품을 내놓고 있다.“시계의 작동장치가 기술력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지났습니다.이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과 상품기획력이에요.”김기문(金基文.42)사장은 디자인만 잘하면 세계시장에서얼마든지.메이드 인 코리아'가 대접받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로만손은 94~96년 3년동안 연속 우수디자인(GD)마크를 획득했고 50여개국에 상표등록을 마쳤다.
시계조합 강철현(姜徹鉉)전무는 “매년 1백여종의 신제품을 내놓는등 꾸준한 디자인 개발이 해외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것으로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로만손의 올 매출은 1천3백만달러어치의 수출을 포함해 2백50억원 규모.전체 임직원이 90명이니 1인당 매출액은 3억원에가깝다.하지만.메이드 인 스위스'란 꼬리표가 있어야 국내에서 제값을 받는 현실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스위스에 보내거기서 작동장치만 달고 다시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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