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잊지못할한해>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최태지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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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람 하나 바뀌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일단 리더가 교체되면 단체의 성격까지 달라져버린다.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의욕적으로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더욱 그렇다.

국립발레단 최태지(37·사진)단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최단장은 올해초 국립극장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단장직을 맡았다.취임 초기 단장 역할을 해내기에는 연륜이 다소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무용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전임단장과의 관계등 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배경에서 오는 부담에도 흔들림없이 취임때 밝혔던 계획들을 척척 해내기 때문이다.

최단장이 올 한햇동안 중점을 둔 것은 발레단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를 위해 ‘돈키호테’에서부터 ‘프티파 명작발레’‘호두까기 인형’등 러시아 고전 발레 레퍼토리를 적극적으로 무대에 올렸다.공연 때마다 러시아에서 지도교수를 초빙해 단원들의 손동작·얼굴표정 하나하나까지 잡아주었다. “올해 국립발레단 공연을 보신 많은 분들이 군무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해요.하지만 발레는 역시 한사람의 특출난 스타가 필요한거 아닙니까.내년부터는 스타를 키워낼 생각입니다. ”

또 한가지 최단장 취임후 달라진 점은 과거에 비해 의상과 무대장치가 많이 화려해졌다는 것이다.“그동안 조명이나 의상·소품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있던게 사실이에요.지난해까지만 해도 ‘호두까기 인형’공연을 할때 무용수들이 가발을 쓰면 서로 보고 웃을 정도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럽고 초라했으니까요.그러니 관객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겠어요.”

무용수들의 기량이 아무리 좋아도 발레가 종합 무대예술로 성공하려면 이런 세심한 소품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에 의상과 무대장치등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발레에 있어 테크닉은 예술을 표현하기 위한 한 수단”이라는 최단장은 “앞으로 ‘테크닉은 좋다’라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예술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발레단을 키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단장은 “하루 24시간 발레만 생각하느라 한 가정의 여자로서는 빵점”이라면서도 환한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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