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중.고교까지 번진 해외轉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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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프로야구에.겨울농사는 곧 이듬해 성적'이라는 말이 있다.겨울에 누가 많은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이듬해 성적이 좌우된다는 것이다.그래서 아무도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땅이 얼어붙는다는 것이다.제아무리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싶어도 얼어붙은 땅에서는 어쩌지 못한다.제주도다,남해안이다 하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봐야 운동장 사정에는 한계가 있다.
수요는 넘치는데 이들을 수용할 시설에는 한계가 있다.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해외전지훈련'이다.
프로야구는 지난 84년부터 각팀이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야구 선진국인 미국에서부터 기후가 좋은 호주.대만.일본 오키나와(沖繩)등이 주요 전지훈련 대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원스포츠도 프로흉내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대학야구의 경우 몇년전부터 일부대학에서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하기 시작,이제는 안가는 학교보다 가는 학교가 더 많아졌다.자매결연한 학교를 방문,친선경기를 갖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아예 보따리를 싸들고 몇달씩 합숙훈련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하자 고등학교도 은근슬쩍 따라 하기 시작했다.지난해 C고가 대만전지훈련을 실시했고,올해는 K고가 한달 넘게 괌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그러자 최근에는 일부 중학교까지 해외전지훈련을 검토하고 있다.이들은 “국내전지훈련과 비용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데 반해 효과는 오히려 나을 수 있다”며 전지훈련을 하려 하고 있다.야구 뿐만 아니다.
대학농구를 비롯,아이스하키.골프.체조등이 선진기술을 전수받는다는 명목으로 해외전지훈련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일부 중.고생들도 가세하고 있다.
국내 학원스포츠의 경우 운영비는 대부분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나온다.학교의 재정지원이 있지만 아무래도 미약하기 때문이다.겨울이 되면 운동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자연스레.전지훈련비'를 내는 것으로 안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85년말 외화사용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국내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을 강제로 규제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부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프로보다아마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아마추어리즘으로 깨끗해야 할 학원스포츠가 해외 전지훈련을 통한 지나친 경쟁으로 물들어갈때 얼어붙은 땅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는 학부모들 의 주머니와 학원의 프로페셔널화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연간 경상수지적자가 2백20억달러나 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태일 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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