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노인 돌보는 60代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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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 곧 칠순인데 내 몸이나 잘 돌보라고 주변사람들이 걱정해.하지만 기력이 남아있을 때까진 해야지.” 무의탁 노인들을 30여년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여온 김영혜(金英惠.67.서울동작구상도4동)할머니.일요일인 22일 아침 여느때처럼 이웃에혼자 사는 김종철(80)할머니의 단칸방을 찾았다.며칠전 일당 1만7천원인 취로사업에 나갔다 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멍이 든 왼쪽 뺨이 걱정됐기 때문에 찾아온 金할머니의 손을 반갑게 맞잡는 김종철 할머니.
金할머니는 밑반찬으로 가져온 젓갈 한 통을 부엌 한쪽에 챙겨둔 뒤 방안을 청소하고 흐트러진 가재도구를 정돈한다.
“해방 직후 정착한 부산의 초장동 천주교회의 고 지학순(池學淳)신부의 권유로 피난민촌 구호활동을 시작했지.어느 날 산동네판잣집에 살던 한 노인이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먹지도 씻지도 못한채 죽어가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 金할머니가 돌보는 무의탁 노인은 10여명.김치.쌀등 식사거리를 챙겨주고 아픈노인들을 병원으로 모시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환갑을 넘기니 나도 힘이 달려.하지만 하던 일을 안하면 왠지 허전하고 몸까지 아파오니….” 金할머니의 꿈은 자그마한 복지관을 지어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며 함께 사는 것.金할머니는 겨울이 지나면 친정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무의탁 노인을 모시고함께 살 조그만 연립주택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金할머니는82년 남편과 사 별한 뒤 큰 딸과 함께 살면서 출가한 2남2녀가 보내주는 40만원의 생활비와 동사무소.성당등에서 보내주는성금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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