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 잘못서 돈잃고 사람잃고-경기불황에 사고.분쟁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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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두푼 아껴 재산을 모으기는 어렵지만 일생동안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기는 쉽다.무심코 은행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대출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아예 부도를 내 하루아침에 연대보증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3년 이후 3년간 금융분쟁조정 신청은 총 5천38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에 있으며,이중 보증책임을둘러산 분쟁이 1천4백92건으로 전체 신청건수의 29.6%를 차지해 가장 분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91년 1백28건,92년 1백74건,93년 3백80건,94년 5백25건,95년 5백8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어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조정이 신청된 경우에도 요청대로 해결되는 비율은 1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보증책임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재산상의 손실도 막심하지만 돈을 빌려쓴 사람과 보증인간의갈등이 빚는 정신적 손실은 따지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런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은행융자 3천만원을 낀 1억5천만원짜리 단독주택이 전재산인 A(46)씨가 사업하는 처남(39)이 빌린 은행돈 3천만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 것은 지난해 7월.
그는 처남이 불황으로 사업에 실패하자 연대책임을 지게됐다.집이 넘어가지 않도록 시도한 갖은 노력도 헛되이 지난 8월 A씨의 집은 은행이 경매에 부쳐버렸고 한차례 유찰끝에 경매대금을 정산한뒤 그는 5천2백만원을 받아쥐었다.그와 처남 의 은행빚 6천만원을 제하고도 9천만원은 받아야할 재산이 이처럼 줄어든 것. 연대보증 사고는 개인 사이 뿐만 아니라 개인과 회사간에도빈발하고 있다.중소기업의 총무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B씨는 재임중 회사의 대출채무에 대해 보증을 선뒤 회사를 떠났는데도 퇴임후에 회사가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이 B씨 의 은행예금 1억3백만원을 상계처리했다.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섰다가 퇴직후 회사가 부도를 내자 노후생활비였던 퇴직금 상당부분을 까먹게 된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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