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중소기업 어려움 무엇이든 도와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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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여야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공동모금법안을 심의한 끝에 입법을 최종 결정,지난주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당초 이번 정기국회때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안기부법 문제로 파행을 겪자 연말 또는 연초 임시국회로 통과를 미뤘다.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다.
여야가 합의한 공동모금법안은 우선 공동모금회 설립연도를 98년 7월로 규정했다.즉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설립하지 않고준비작업만 하라는 것이다.또 내무부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적용은 받되 매번 모금허가를 받기보다 복지부장관이 1년에 한번 허가를 받은후 연중 모금하게 했다.
한편 단체 운영비는 모금액중 최대 2%까지만 허용했으며,대신매년 중앙및 지방정부가 예산을 지원케 했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으로 이미 5억여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복지부 변철식(邊哲植)복지자원과장은 “일부 관변성 문제가 제기됐으나 다행히 큰 무리없이 통과됐다”며 “정부 예산지원에 따른 관변성 문제보다 오히려 각 지역 모금회의 과당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안은 새 공동모금회를 별도의 법인으로 규정했으나 의원들은 기존단체에의 위탁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10시 유.무선 전화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스피커를 만드는 서울구로동 기린전자에 은발을 휘날리며 노신사 세사람이 들어섰다.
이들 초로의 멋쟁이 신사는 이병태(李秉泰.57).이성흔(57),박시하(朴時夏.63)씨로 기린전자가 품질개선과 일본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이들은 기린전자 이기방(李起芳.55)사장의 애로사항을 세밀하게 들은뒤 조언을 시작했다.
“품질을 높이고 수출선을 뚫어야 합니다.제가 아는 해외 기술업체가 몇군데 있는데 소개시켜 드리지요.” 설명을 들으며 李사장의 표정은 마치 몇년 묵은 체증이 풀리는듯 환해져 갔다.
이들 세사람은 8월29일 창단된 원로봉사단(단장 孫晋官.65)의 자원봉사자.모두 과거 큰 기업체 임원을 지내다 은퇴한뒤 평생의 경험을 합쳐 중소기업들을 돕자는 뜻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창단후 불과 3개월여만에 전국에서 몰려든 회원은 5백90명.
회원중 경영지도사 1백20여명,변호사.세무사.박사등 자격증 소지자가 2백90여명에 이른다.
이들 원로 봉사단원은 창단후 서울에서만 3백여건의 무료상담.
조언을 해주었다.상담 건수중 45%가 문제 해결을 본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회원중 한명인 홍순권(洪淳權.58)씨가 안양의 광신기공(사장 李晋洙)의 잘못된 지방세 3천6백만원을 해결해줘 화제가 됐다.서울시 세무조사과 공무원이었던 洪씨는 광신기공을 대신해 안양시에 각종 소명자료를 제출,잘못 부과된 세금을철회토록 한 것.
또 전남나주 동신대 객원교수인 박원기(朴圓記.66)씨는 요즘자신의 특허품인 토하젓 가공법을 전수받을 업체를 찾고 있다.소금 대신 재래식 간장과 밀기울을 쓰는 이 가공기술을 살릴 수 있는 업체라면 돈 한푼 받지 않고 기술을 넘겨주 려는 것이다.
은퇴후 방안에만 있기 쉬운 수많은 원로들이 이제 자원봉사를 통해 새로운 삶의 보람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봉사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은퇴노인들까지 뛰어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자원봉사층은 한층 두터워지고 있는 셈이다.02-509-7 096~7.

<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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