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WBC 코치진 구성 난항 … “구단 이기주의의 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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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우여곡절 끝에 김인식(61) 한화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정했지만 코치 후보군들이 돌아가며 꼬리를 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 내정자는 KBO 측에 김재박 LG 감독, 조범현 KIA 감독,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 등을 코칭스태프에 합류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 내정자는 “대표팀이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고, 특히 김재박 감독과 조범현 감독은 2년 전 제1회 WBC에서도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어 이들의 합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청을 받은 감독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못 하겠다”고 나자빠진 상태다. 김재박 감독은 ‘소속팀 재정비’를 위해, 조범현 감독은 “하위팀 감독들로 코치진을 구성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발을 빼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구단과 상의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종합하자면 “소속팀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말로 요약된다.

김인식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이런 식이면 선수 차출 때는 또 어떤 얘기가 나오겠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더구나 이번 WBC는 입상을 해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병역 혜택 등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 A급 선수들이 흔쾌히 동참할지도 의문시 되는 마당이다.

KBO 고위 관계자는 “구단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코치진 구성이 이렇게 어려운데 대표로 뽑힐 선수들은 또 무슨 핑계로 합류를 거부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인식 감독은 “원하는 코칭스태프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감독직을 맡을 수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올해 한국 야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시즌 관중 500만 명을 돌파하며 중흥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팬과 야구 발전이라는 대명제에는 관심이 없고 구단 이기주의에만 매달려 있는 인상이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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