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정규직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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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03면

김어준(40)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의 자칭 종신 총수다. 1998년 탄생한 딴지일보는 지리멸렬한 한국 사회에 똥침을 날린 시사 감각으로 수많은 ‘딴지 폐인’을 만들었던 돌연변이 언론이었다. 그 뒤 김씨는 각종 잡지와 신문에 이어 방송에까지 진출해 전방위 촌철살인 발언을 난사해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21세기 명랑사회 구현에 지대하게 공헌했다.”

울림과 떨림 -한 주를 시작하는 작은 말

김어준식 어법의 핵심은 앞뒤 안 재고 바로 찌르고 들어가는 정공법이다. 겸양·염치·배려 같은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다. 보통사람이라면 내숭 떨며 속으로만 시부렁거릴 만한 속말을 면전에 대고 던져버리는 격이다.

『건투를 빈다-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 매뉴얼』은 김씨가 한 일간지에 연재했던 인생 상담집이다. 상투적 대답이나 근엄한 충고가 없는 것만으로도 술술 읽히는 책이다. 간간이 끼어드는 지은이 자신의 자전적 경험담 또한 짭짤하다.

머리말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에서 그는 한마디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스스로도 모르더라. 하여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남한테 그렇게들 해댄다. (…) 오히려 자신이 자신에게 이방인인 게다. 안타깝더라. 행복하자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필요하다는 거. 다들, 건투를 빈다, 졸라.”

김어준식 상담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기’다. “한 가지만 명심하자. ‘인생은 비정규직이다.’ 삶에 보직이란 없는 거라고. 직업 따위에 지레 포섭되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 닥치는 대로 덤벼 최대한 이것저것 다 해 봐라. 그러다 문득 정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개미 군체의 병정개미는 되지 말라고.”
김씨는 자기 삶에 대한 장악력이 있는 사람을 “졸라, 섹시하다”고 평했다. 섹시하고 싶은 이, 우선 자기 거시기를 꽉 붙들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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