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이 선포한 평화선은 영토 변경 막기 위한 해양주권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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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회의록 및 관련 외교문서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한·일 회담을 재조명하는 학술회의가 한·일 양국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1952∼65년 동안 7차에 걸친 한·일 회담 회의록은 2005년 한국에서 3만5354쪽 분량의 자료가 공개됐고 뒤이어 일본에서도 올 들어 전체 자료의 71% 분량이 비밀 해제됐다.

일본 측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 국제정보대 교수는 “일본 측은 한·일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국 병합이 합법적으로 이뤄졌음을 전제로 했음이 자료로 입증된다”며 “그런 인식에 따라 재조선 일본인 재산(일제가 한반도에 건설한 산업시설 등)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함으로써 한국 측의 청구권(식민통치에 따른 배상)과의 상쇄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식민지 책임이란 인식은 거의 없었으며 현재도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 등 공식 견해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선포한 해양경계선인 ‘평화선’ 연구로 일본 도호쿠대에서 올 3월 박사학위를 받은 조윤수 박사는 ▶평화선은 포기를 전제로 한·일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카드였다는 기존 연구와 ▶이 대통령의 충동적인 반일 심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속설을 모두 부정했다. 조 박사는 이를 “주권 혹은 영토가 또다시 강대국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진 신생 독립국가가 자기 방어를 위해 해양 주권을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일 회담 연구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회담은 세간의 수많은 억측과 의혹의 대상이 됐으며 이데올로기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지만 문서 공개로 보다 객관적인 학술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와 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등이 후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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