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사태 일본의 반응-外相급파 대화해결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화에 의한 해결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이번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곤란한 입장은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의 이 한마디에 잘 나타나 있다.
전례없이 많은 일본인이 붙잡혀 있는데다 관계국 대사들까지 인질에 포함돼 있어 일 정부로서는 여간 난처한 입장이 아니다.정보도 부족해 사건의 정확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 정부는 일단 한국.독일등 관계국 외무부에 연락을 취해 유감의 뜻을 표시했으며,19일 오후에는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을 현지에 급파했다.20일 아침 페루에 도착하게 될이케다외상은 후지모리 대통령등과 사태수습 방안을 협의 할 예정이다. 범인들은 후지모리 대통령의 모국인 일본을.타깃'으로 삼아 후지모리 정권에 타격을 가할 속셈이었다.이번 사건을 일으킨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나 센데로 루미노소등 과격 게릴라조직들은 전부터 “일본의 경제지원이 빈민층에는 아 무런 도움이 못된다”며 불만을 품고 있었다.페루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는 95년 현재 7억달러에 달하며,정부개발원조(ODA)는 2천억엔(약 1조5천억원)이 넘는다.
좌익 게릴라들은 일본의 경제원조가 게릴라 소탕에 열을 올리고있는 후지모리 대통령의.힘'이 되고 있다는데 위협을 느껴왔다.
일본 정부는 후지모리 정권에 대한 경제원조를 끊으라는 범인들의요구에 대해“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협상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91년 농업기술자 3명이 살해된 이후 중단됐던 해외협력대 파견도 올 8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페루방문때 재개키로 약속했으나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일 정부는 이와관련,23일의 일왕탄생기념 행사를 국내외에서 일체 중지 한다고 발표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