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있기에 영동지방 큰 눈-연대 이태영교수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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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동풍 불어 좋은 날'.영동 일원에 눈이 펑펑 쏟아지길 기다리는 스키어들이라면 북동풍 불 때가.장날'이다.우리나라 스키장의 대부분이 밀집한 이 지역에 큰 눈을 몰고 오는 것은 북동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키어들이 진짜.감사'해야 할 대상은 북동풍이 아니라북동풍을 가능케 한 백두산과 주변의 고지대들이다.연세대 이태영(李太英.천문대기과학과)교수팀은 최근 컴퓨터 모사를 통해 백두산과 주변 산악의 존재가 우리나라 겨울철 기류의 흐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백두산 일원과 북동풍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이런 고지대가 없다면 겨울철 영동일원에는 정말 눈이 많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李교수팀은 컴퓨터 상에서 백두산과 주변산맥을 지워 없앴다.물론 백두산의.하부구조'격인 개마고원도 평지화했다.그러고선 정북(正北)쪽에서 바람을 흘려보냈다.결과는그저 어렵게 비스듬히 태백산맥을 넘어서거나 그냥 양 옆을 스치고 흘러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백두산을 원상으로 되돌려 놓고 컴퓨터를 돌린 결과 정북쪽에서 백두산을 향해.헤딩'한 북풍은 백두산과 개마고원의 동쪽사면 옆구리를 끼고 돌면서 홱 북동풍으로 변질했다.
이 북동풍은 잠시 동해바다를 거쳐오면서 습기를 한껏 빨아올린후 태백을 넘어서면서 눈을 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李교수는“백두산과 개마고원의 존재는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 확장시 우리나라의 공기 흐름을 지배하는.대주주'와 같다”고 말했다.남한지역에 대한 영향만을 따져도 태백산맥 못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이개마고원을 포함한 백두산 지역이라는 것이다.그는 영동지방에 눈이 많은 것은 이같은 지형효과와 기단(氣團)변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단변질만이 주요인인 서해안 지역과는 다소 강설메커니즘이 다른 것.서해안의 경우 차고 건조한 대륙의 공기가 서해를 거치면서 습윤하게 변하기 때문이다.이런 현상은 미국 북동부중에서도 폭설이 잦기로 유명한 버펄로 지역에서 나타 나는.
호수효과(lake effect)'와 비슷한 것.
李교수팀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남북 1천4백,동서 1천8백㎞를 대상으로 이번 모사실험을 실시했으며 모델로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가 개발한 RAMS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향후에도 이 모델을 이용해 북한지역의 기타 지형이 우리나라의 대기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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