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축구,끝없는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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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제목의 소설이 있지만 지금 한국축구는 날개도 없이 급강하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어차피 추락하게 돼 있더라도 날개가 있으면 중간중간 제동이 걸리게 마련이지만 오늘의 한국축구는.추락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치 못하게 할 정도로 급전직하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축구 8강전의 TV중계를 시청한 국민들은 허탈과 분노에 밤잠을 제대로이루지 못했다.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면서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게 됐다는 자만심에 빠져있는 한국축구에 대한 허탈이요,가진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져내린 한국축구에 대한 분노였다.
스포츠란 어차피 이길 수도,질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도 패배한데 대해선 질책이 아닌 박수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하지만이번 아시안컵 축구에서 한국팀이 보여준 경기내용은 어떤 구구한변명도 통할 수 없을만큼 최악의 결과였다.따지 고 보면 한국팀의 기량은 이미 예선전때 판가름 났고,차라리 8강전에 오르지 못했다면 국민들의 허탈과 분노도 반감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대회 개막부터 한국팀은.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지난날의 명성(名聲)을 등에 업고 요행만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협회의 방만한 운영,선수의 노쇠화,감독의 잦은 교체,현대적 기술개발의 등한 등 숱한 문제점들을 안 고 있으면서도 한국축구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있는.투지와 스피드'만을 철석같이 믿고.운 좋으면'우승할 수도 있다는 터무니없는 착각속에빠져 있었던 것이다.
현대축구가 과학을 도입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우리 축구는.우물안 개구리'의 주먹구구식 운영만을 고집해온 것은 아닐까.앞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있었던들 대회참가자체를 포기했어야 했다.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웃 음거리가 되지않으려면 축구계는 물론 행정당국도 거듭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한 월드컵조차 의미없는 행사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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