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기업계 兩極체제로 개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뉴욕=김동균 특파원.임봉수 기자]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러스(MD)사가 16일 합병을 공식발표함에 따라 세계 항공업계는 일대 지각변동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잉.MD의 합병으로 민항기 분야에서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연합의 에어버스 2극(極)체제가 굳어지게 됐으며,군용기분야에서도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맞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합병은 MD주식 1주와 보잉사주식 0.65주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거래규모는 1백33억달러에 달한다.이는 미국 기업합병 사상 10번째로 큰 규모다.

<표 참조> 연방정부의 승인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이번 합병이완료되면 종업원 20만명에 연간매출 4백8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최대의 항공우주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내년 중반에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되는 합병회사의 명칭은.
보잉'이 되며,현 보잉의 필립 콘디트사장이 합병회사의 회장,해리 스톤사이퍼 MD사장은 사장직을 각각 맡게 된다.
보잉.MD의 합병 배경은 보잉의.확대'전략과 MD의.생존'전략이 합치한데서 찾을 수 있다.민항기 경쟁에서 밀려난 MD(본지 12월11일자 28면 보도)는 지난달 미국방부가 발주한 1조달러 규모의 차세대전투기 수주를 위한 1차경쟁에 서 보잉과 록히드 마틴에 패배,존립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으며,민항기에이어 방산분야까지 제패를 꿈꾸어온 보잉은 차세대전투기 최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MD가 보유한 기술과 경험이절실했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등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인 에어버스는 기술과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보잉사에 맞서기 위해 구조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에어버스측의 폴 비버 대변인은“보잉.MD의 합병으로 에어버 스 컨소시엄은 기존의 다국적 제휴관계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단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잉.MD의 합병에 대해 국내 관련업체들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우주항공 관계자는“MD측이 합병이후에도 우리가 주날개등을공급해온 MD95프로그램을 그대로 존속시키고 마케팅도 MD상표로 추진할 것임을 통보해왔다”면서“오히려 보잉의 우세한 판매망과 전략을 활용할 경우 한국업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이라 내다봤다.대한항공 관계자는“MD와 보잉이 기존 사업체계를전면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따라서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도 납품품목이 MD와 보잉사가 서로 겹치지 않아 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