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自己PR "밉지않게 튀어라"-기상천외 애교취업作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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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회장님,한화그룹은 독과점 품목이 많다보니 무사안일 분위기가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회장님께서 직접 영업에 나서시지요.”지난 10월말 한화그룹 본사 27층.이 그룹이 신세대의 새로운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신설한.아이디어 챌린지팀'신규채용면접장.김승연(金昇淵)회장이 직접 면접에 나섰다 혼쭐(?)이 났다.
한 지원자가 한화그룹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회장이 직접 뛰는모습을 먼저 보여달라'고 당돌하게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것 뿐만아니라 두툼한 파일을 들고와 국내건설업체들의 문제점.향후 사업방향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자신이 구상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를 金회장에게 건네면서“회장님,믿어주세요.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합니다”라며 자신을 세일즈(?)했다.
金회장은 그의 설명을 듣곤 빙그레 웃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결과는 합격.그는 현재 첼린저팀의 건설부문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20일께 제일기획에는 사장을 비롯한 9백여 전임직원 앞으로 일제히 엽서가 한통씩 배달됐다.
.상품명:이,출고일:72년10월,최종검사처:이화여대,상품특성:적극적.원만한 대인관계.2~3일밤은 거뜬히 샐 수 있는 강인한 체력' “본인을 상품이라 생각할 때 제일기획이라는 고객에게가장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엽서를 발송하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 꼭.구매(합격)'해달라는 당부를 적은 한 여성지원자의 엽서였다.아는 사람을 통해 이 회사의 직원명단을 구해 자신을 알린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튀어야'한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자신을 어떻게든 알려야만 합격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지원자들이 면접장이나 자기소개서등에서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달초 선경건설 면접장.건축학을 전공한 한 남자지원자가 자기소개후 질의응답이 시작되기전 갑자기 고층과 저층 오피스빌딩이어우러진 빌딩군(群)의 모형을 꺼내들었다.
그는 건물배치를 여러 형태로 바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배치도도함께 제시해 자신의.상품가치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부서장으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은 갑작스런 돌출행동에 당황했지만 밉지는 않다는 표정이었다.
제일기획의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 첫장에 창작시를 게재하거나.
3류대생이라고 엘리트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 회사 이재우(李在雨)인사부장은“최근 취업문이 좁아진가운데 신세대 지원자들의 자유분방한 기질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며“높이 살만한 적극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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