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어떤 점이 나쁜가-방어신경쓰다 경쟁력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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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M&A가 활성화될 경우 초래될 역기능중 대표적인 것은 독과점현상의 심화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앞다퉈 M&A시장에뛰어들게 되면 우리 경제의 현안인 경제력 집중문제를 꼬이게 할가능성이 있다.
또 M&A는 기업의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다 보면 장기비전을 가지고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최운렬(崔運烈)한국증권경제연구원장은“미국에선 이미 M&A방어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구.개발(R&D)투자액을 넘어서고 있다는분석이 나와 무차별적인 M&A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M&A가 성행하면서 증시질서가 어지러워지는 부 작용도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다.
대주주나 임직원이 사전정보를 이용해 주식매매에 나서는 내부자거래라든가 같은 편끼리 짜고 주가를 조작하는 시세조종행위(일명작전)가 개입되면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증시에서 지분싸움이 격렬해지다보면 법정공방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에따른 송사의 남용과 소송비용도 무시못해 사회적 낭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매집한 다음 경영주에게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사줄 것을 요구하는.그린 메일링'의 등장은 증시에.한탕주의'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지난 80년대말 미국에서 크게 유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그린메일링'은 얼마전 소액주주들이 임시주총을 소집한 대한페인트사태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을 보여 주목받은 적이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선 무분별한 .그린 메일링'을 방지하기 위해일정한 주식보유기간이 지나야 회사에 대해 매수요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특히 프리미엄의 50%이상을 세금으로 환수하고있다.우리나라에선 아직 규제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인들이 본격 M&A시장에 뛰어들 경우도 문제다.국내기업의경영권이 외국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특히 외국인들은 대기업 가운데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주(持株)회사의 지배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알짜기업들을 줄줄이 손안에 넣을 수도 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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