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수출부진 솟아날 구멍은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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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초 미국 월마트 2천2백여개 체인점에는 자그마한 파문이 일어났다.미국의 대표적인 문구메이커인 애브리 데니슨사의 형광펜을 국산 모나미 제품이 밀어내고 진열대를 차지한 것이다.월마트가“양사 제품의 품질은 비슷하나 가격면에서 모나미 제품이 30%정도 싸다”고 인정한 결과다.이 회사는 지난달초 미국의 또다른 양판체인점인 K마트에서도 2백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는등 올해 미국에서만 35%이상의 수출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올해 들어 불요불급한 인원을 줄이고 일부 생산라인을 태국으로이전하는등 구조조정작업을 벌인 결과 원가부담이 대폭 줄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다는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국냉장은 돼지고기로 올해 1천3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지난해(6백60만달러)보다 두배 늘었다.고급사료를 사용해 육질을 높이고 4백억원을 들여 최신식 가공공장을 지은 덕분이다.
우리 상품들의 올해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 데 이처럼 작은 .효자노릇'을 하는 상품들도 많다.
농.축산물,화장품.음료수등 경공업제품,컬러TV.전화기등 가전제품,타이어튜브,유류제품,신문용지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수출신장 뒤에는▶품질향상및 신제품개발(돼지고기)▶앞선현지화전략(컬러TV.화장품)▶구조조정으로 원가줄이기(모나미)▶적극적인 신시장개척(가공식품.주조설비제품.전화기)▶해외시장 동향에 적극 대처(꽈리고추.토마토)▶현지 기술지도 (신문용지)▶자가브랜드 확대(타이어튜브)등의 노력이 뒷받침됐다.농림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우리 농.축산물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9.2% 늘어난 12억여달러.이중 돼지고기는 무려 1백31.5%나 늘었다.주수출대상국은 일본.계속된 엔 저(低)와 일본정부가 부과한 긴급관세라는 악재를 감안할 때 놀라운 성장이다.저가위주의정책에서 탈피해 안심.등심등 고급부위 위주로 전략을 바꾸고 대형 가공공장이 완공되면서 위생상태를 한결 높인 결과다.토마토.
꽈리고추.오이도 일본의 생산시설이 노후화돼 겨울철 생산이 잘 안되자 국내 생산시설과 포장등을 현대화한 덕분에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92,93년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하기도 했던 컬러TV는 올 10월까지 27%의 수출신장을 기록했다(무역협회 통계).집이 커 소리가 큰 TV를 선호하는 중동소비자에게 사운드를 강조한 제품을 파는 식으로 지역별 기호를 파고 들었다.L G전자의 독립국가연합(CIS) 고객품질평가단,일본보다 앞선 삼성전자의 중남미진출 전략처럼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중국.러시아.중남미등 신흥시장을 일군 결과 이 지역들에서 두배이상 수출이 늘었다. 화장품은 외제가 밀려들자 일찌감치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려 지난해부터 현지공장들이 가동되면서 브랜드 로열티와 완제품 수출이 늘어 38%정도 더 팔렸다.
이밖에▶신문용지 2백58%▶전화기 1백37%▶타이어튜브 15.8% ▶경유등 유류제품 50.9%▶주조설비부품 88.5%▶음료 1백18.4%▶식품가공기계가 80.8% 늘어났다.

<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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