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닉슨은 어떻게 이기고 왜 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이제 정치는 미디어를 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기자들은 쉴새없이 사건을 추적하고, 대중의 시선은 미디어를 따라간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미디어의 표적이 된다. TV 토론과 연설이 선거전에서 결정적인 승부처가 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정치 스타가 탄생하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건 모두 미디어 때문이다. 그래서 미디어를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전략이 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 정치의 중심' 이라 불리는 미국의 정치가들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 걸까. 현대 미디어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역사전문 방송인 히스토리 채널은 18일부터 4부작 다큐멘터리 '미디어와 대통령'(화.수요일 오전.밤 10시)을 방영한다. 미디어와 미국 대통령의 관계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작품이다.

역대 백악관 주인들과 백악관에 입성하려던 사람들(대통령 후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직접 나와 대담을 하고, 베테랑 기자들과 백악관 관리들이 경험담을 전한다.

1부(아이젠하워 vs 닉슨)에서는 닉슨 전 대통령의 미디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左)는 195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39세의 닉슨(右)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다. 하지만 유세를 앞두고 '뉴욕 포스트'가 닉슨의 비밀자금 스캔들을 폭로했다. 아이젠하워는 닉슨에게 사퇴를 결정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닉슨은 TV 연설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데 성공한다.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이런 닉슨도 6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TV토론에서 밀려 케네디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2부('미디어전쟁')와 3부('대통령 선거전')에서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미디어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20년 이상 백악관을 출입한 워싱턴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가 생생한 증언을 한다. 4부('미디어 vs 대통령 도서관')는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도서관' 건립의 실상을 추적한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