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로비.정치에만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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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공약을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상반된견해가 나타나 있어 흥미롭다.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국립문예진흥기금(NEA)의 역할을 지지하는데 반해 공화당 봅 도울 후보는 문화예술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며 NEA의 폐지를 주장했다.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는 지난해 NEA의 예산을 40%나 삭감했고 일부 의원들은 2년후부턴 NEA에 예산을 줄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문화예술의 천국에 가깝다.지방자치단체들이앞다퉈 문화예술시설 건립을 서두르고 있고 정부의 문화예술부문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턱없이 작지만 작은 폭이나마 매년 꾸준히 증액되고 있다.그러나 그 과정 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이들은 정책이나 입법과정에 치밀하게 사전 개입하기보다 문제가 생기고 난 후에야 야단법석을 하곤했다.따지고 보면 검열은 물론 법인단체에 대한 세금혜택,지적재산권 보호문제,예술인 노조에 관한 규정등 문화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들은 상당히 많다.
미국교향악단협회 정부담당 존 스파크스는.심포니'최신호에 기고한.누가 로비를 두려워 하는가'라는 글에서 예술인들이 정부.의회를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국내에선 아직 로비라고 하면 음성적인 자금이나 뒷거래 만 연상하지만 사실은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입법과 정책과정에 반영시킨다는 뜻이다.선진국이라고 해서 입법.정책담당자들 모두가 예술지원에 호의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이에 관련단체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제고를 위해 행동강령 을 발표하는등 자기들의이익이 입법.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가만히 앉아 정부.의회가 관련규정을 만들어 제공하기만 기다릴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관료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무지하다고 불평하지만 이는 문화예술인 스스로 이익투사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다.비판에 앞서이들을 문화예술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와 지지자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미 아메리칸대 예술경영 석사과정> 용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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