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불붙은 초고층 빌딩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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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주도에서 마천루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곳에서 ‘새로운 제주의 랜드마크’를 지향하며 200m가 넘는 초고층 호텔 건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 내 최고층 빌딩은 1974년 제주시 이도동에 문을 연 제주KAL호텔이지만 지상 16층, 높이 67m에 불과하다.

롯데관광을 모기업으로 하는 동화투자개발은 5일 “제주시 노형로터리 인접 2만3300㎡ 부지에 2012년까지 62층(높이 218m, 해발 고도 294m)짜리 쌍둥이 빌딩(호텔과 실버형 아파트)을 건설하기 위해 이날 제주도에 설계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80년 이 땅을 사들인 동화투자개발은 97년 이곳에 지상 17층, 620실 규모 호텔 건립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공사 중단을 반복하다 이번에 미국 보험사인 푸르덴셜 등의 자본을 유치, 9007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17층에서 62층 규모 빌딩으로 바꾼 게 설계변경의 주된 내용이다. 현재로선 제주도가 올 5월 일부 규제를 풀어 쌍둥이 빌딩 사업지구의 경우 항공고도제한(해발 296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62층은 지상 218m이고, 해발고도는 294m로 아슬아슬하게 허가기준을 넘지 않는 여건이다.

서귀포에서도 또 다른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버자야제주리조트(BJR)는 지난달 말 서귀포 예래휴양단지에 2015년까지 50층 규모 호텔 조성계획안을 서귀포시에 제출했다. BJR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BJR은 200실 규모의 레지던스호텔(50층), 500실 규모의 카지노호텔(27층·146m), 428실 규모의 리조트호텔(37층·170m) 등 모두 1920실의 숙박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가장 높이 짓는 50층 호텔은 지상에서 240m나 된다. 동화개발의 쌍둥이 빌딩보다 층수는 적지만 더 높게 올라간다. “아래층 기단부의 층간 간격을 더 벌려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을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이라는 게 JDC의 설명이다.

제주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투자열기가 살아나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도시계획도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전원형 휴양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제주의 경관이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진수 제주도 도시건설방재국장은 “사업자의 제안내용에 대해 건축 및 도시계획 심의위원회 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더 검토할 사안이 많다”며 “현재로선 큰 법적 하자가 없어 보이지만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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