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東端관문 山海關 東端관문 山海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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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의 세계적인 유적 만리장성(萬里長城)의 동쪽기점은 허베이성(河北省) 친황다오(秦皇島)시 산하이관(山海關)구.둘레 4천8백여m의 성으로부터 시작된다.성의 동쪽에 정문인 산하이관이 있다.일명‘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산하이관은 전통적으로 중화-변방문화의 경계선이자 수도인 베이징(北京)의 전략요충지로 중요시돼왔다.

바로 이 산하이관 원형 복원의 결정적 자료가 국내에서 발견됐다. LG연암문고(이사장 유영구)가 소장하고 있는‘영조대왕어정화첩(英祖大王御定畵帖)’(46.1×55.2cm·17폭)은 1760년 당시 산하이관의 전면과 내부의 사실적 모습을 두폭의 담채(淡彩)로 자세하게 담고 있다.

이 그림은 영조 36년 청나라에 파견된 홍계희(洪啓禧)조선사절단이 어명에 따라 화공을 수행해 그린 것. 일찍이 중국은 1급 문화재인 산하이관의 원형 복원에 관심을 기울였다.그러나 답답한 일은 현재 중국 어디에도 그 원형을 밝혀줄 자료가 보존돼 있지 않다는 것.중국에서는 만리장성만을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장성학(長城學)’이 존재할 정도인데,학자들은 현재의 산하이관이 중국의 전통 성루양식인 누각식(樓閣式)과 달리 외곽방향의 3면에 68개의 총구가 있는 전루식(箭樓式)으로 축성돼 있어 의문을 가져왔다.중국 자료에 따르면 산하이관이 세차례 보수됐으며, 특히 아편전쟁(1842년)이후 방어능력을 높이기 위해 누각식을 전루식으로 개조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산하이관을 사실적으로 그린 조선화첩의 출현은 귀중하기 짝이 없다.산하이관의 원형복원을 위해 고심하던 왕쉐눙(王雪農)산하이관 장성박물관장은 이 화첩의 존재를 전해듣고 급히 공문을 띄웠다.그는 이 그림이 “역사·예술적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산하이관 실상을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라며 “중국내에 한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 산하이관 복원과 한·중학자의 연구교류를 위해 복제품 1건을 보내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문제의 조선화첩은 1920년 조선사편수회가 빌려갈 때 써준 차용증이 부착돼 있는 것으로 보아 궁중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며 최근 LG연암문고에서 입수했다.이 화첩을 분석한 박태근 관동대 객원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국보 제1호인 숭례문 복원자료를 일본이나 중국에서 찾아낸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 자료”라고 그 중요성을 평가했다.

<김창호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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