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가 부른 '난장판'

중앙일보

입력

급기야 선수끼리 충돌하는 사태까지 연출했다.

양팀 모두 연패에 대한 부담으로 매끄러운 플레이를 보여준 뒤다. 5-5 동점을 만들고 계속된 삼성의 8회초 공격. LG 투수 서승화가 김재걸 타석때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 노볼에서 몸통과 머리를 향해 연거푸 빈볼성 투구를 하자 타석에 있던 김재걸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가면서 덕아웃에 있던 양팀 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왔다.

김재걸은 LG 포수 조인성이 붙잡아 당사자끼리의 충돌은 없었으나 투수 서승화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 이끌려 불펜으로 가는 것을 삼성 선수단 가운데 한 명이 쫓아가면서 패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마운드에서부터 LG 덕아웃 앞까지 이어진 대치 상태는 물리적인 폭력 없이 끝났다. 밀고 당기면서도 마지막 선을 넘지는 않았다. 경기는 중단된 지 3분만에 재개됐으나 8904명의 관중들에게 보여서는 안될 장면을 연출한 것은 분명하다.

전일수 주심은 투수 서승화를 퇴장 시킨 채 게임을 속행시켰다. 올 시즌 퇴장 5호째. 징계는 추후 상벌위원회에서 결정되나 지난 해 8월 대구 삼성전에서 벌어졌던 이승엽과의 그라운드 폭력 전과가 좋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회 이전 보복을 부를만한 특별한 요인은 없었다. 감정을 자극할만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삼성 진갑용이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연패로 인해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극도로 예민해진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삼성은 경기전까지 7연패, LG는 4연패 중이었다.

자신들의 플레이에 대한 불만족도 작용했다. 야수는 실책성 수비로 위기를 자초하고 투수는 결정적일 때 폭투를 했다. 공격에서는 번트를 실패하는 등 코칭스태프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곤 한 탓이다.

잠실=일간스포츠 박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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