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兵營>5.끝.개인주의.階級의식 부족은 '독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해 발생한 육사출신 장교의 은행강도 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시켰다.“육사출신이 그럴진대 하물며”라는 탄식이 쏟아졌다.사병들의 군기(軍紀)를 무슨 수로 운운하느냐는 체념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군기는 강조된다..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살고,기강은 군을 떠받치는 버팀목'이라는 것이다.사실 사기와 기강이 군의.생명선'임은 어떤 상황아래서도 부인할 수 없다.
신세대를 보는 국방부의 고민은.군대는 사회와 다르다'는 기본을 어떻게 심어주고 훈련시키느냐에 있다.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도일규(都日圭)육군참모총장이 최근 지휘관회의에서 다시금 군기를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신세대 병영의 사기 와 기강이 위험수위에 이른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잇따르는 안전사고,탈영(脫營)과 하극상,과소비 풍조,희박한 보안의식….
“신세대 병사들의 경우 단결력이 떨어지고 기강이 흐트러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들은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국방부 박봉식(朴鳳植.소장.육사24기)인사복지국장은 신세대 병사들이 가진.두 얼굴'에 주목한다.세계 최고의 학력소지자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병사들의 자긍심이 강하고,창조적.합리적인 사고는 병영에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다.컴퓨터등에 관한 지식수준이 높은 것도 그렇다.레이더.탱크등 첨단장비를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다.자동차운전 정도는 북한군에서는 고급기술이지만 우리 사병들에게는 기본이다.朴국장은“현재 군의 정보체계화 작업에 신세대 장병들의 기여가 적지 않다” 며“이는 신세대들의 프로근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변화에 대한 발빠른 적응력도 무시할 수 없다.반면 신세대들의 개인주의.
질서의식부족은 병영을 좀먹는 독소라는 입장이다.자신의 계급이나직분을 잊어버리는 것은 대표적인 예.
신병이 고참사병을 한명씩 내무반 뒤로 불러내 두들겨 패는 일도 없지 않다.병사들끼리 매주 주말에 갖고 있는 간담회 내용은병영안의 갈등을 엿보게 한다.병장들은 주로.자기 계급과 직분에맞게 행동하자'는 취지의 말을 자주 하지만 이 병.일병들은.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육군 관계자는“요즘 병영은 개인주의 팽배로 과거보다 병사들간의 전우애가 악화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한다.타협을 거부하고 쾌락주의로 젖어드는 풍조 또한 심각하다.
그러면 신세대 병영을 정상화할 군의 비전은 무엇일까.
“한니발.나폴레옹도 당시로서는.신세대'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했다.우리의 병영이 흐트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같은.강압체제'로 회귀할 생각은 없다.그들의 복지를 도모하면서 사기를 올리고 기강을 세워나갈 것이다.이는 신세대 병사들의 문 제가 아닌장교들의 책임이다.장교들이 변해야 한다.” 都총장은 장교의 역할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다양한 사고방식과 높은 지식을 가진 신세대 병사를 다루기 위해 장교들의 수준도 시대상황에 맞춰바뀌어야한다는 얘기다.
육군은 이와관련,장교 지휘방안에 관한 새로운 교재를 발간하고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군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20년가까이 온갖 경험을 해온 병사들에게 6주간의 훈련으로 어떻게 기본소양까지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가정교육도 중요하다는 얘기다.실제로 군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군 기강이 해이해져 발생하는 것보다 가정교육과 관련된게 많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육군 여숙동(呂淑東.대령)보도과장은“이런 점에서 육군은 신세대 병사들의 백태(百態)를 다룬 중앙일보 보도내용을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 보도가 군 입대자를 둔 가정에 상당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