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兵營>2."마약 달라" 조르다 助敎 때리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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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3월초 육군 제사단 신병교육대에.비상'이 걸렸다.한 훈련병이 교육대 지원건물 3층에서 갑자기 뛰어 내린 것.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조사결과 군 입대후 과거에 즐기던 모르핀과 누바인을 복용하지 못해 생기는 금단(禁斷)현상을 참지못해 자신도 모르게 목욕하던중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25일 같은 부대 金모 훈련병이 돌연 조교에게 달려들더니 그를 마구 때렸다.주먹을 휘두르며 약을 사오라고 협박했다.이 역시 금단현상을 일으킨 중독 훈련병의 발작으로 드러났다.헌병대로 넘겨진 그는 입대전 매주 1~3회 대마 초와 본드를흡입했다고 털어놓았다.
대마초.본드.부탄가스등 청소년들 사이에 범람하는 일반적인 .
향정신성 의약품'의 경우는 그래도 교화.치료등에서 나은 편이다. 훈련병 조교폭행사건이 일어난 다음다음날 다른 金모 훈련병이자기 몸을 찌르는등 소란을 피웠다.조사결과 그는 입대 5개월전부터 대마초.모르핀을 즐기다가 히로뽕까지 손댄 것으로 밝혀졌다.모두 30여차례.사단 병원을 거쳐 통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그는 군에서 손쓰기 어렵다고 결론나 귀향조치됐다.물론 예편은 아니다.다음해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재입대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향정신성 의약품과 관련한 이 부대의 고충은 이만저만 아니다.
올해 5차 교육대상자 4백여명의 6%인 26명이 히로뽕(3명).대마초(4명).부탄가스및 대마초(13명)등을 경험했다.여기에는 약품으로 시중구입이 가능한 진통제.진해제.모르 핀 경험자 6명이 포함돼 있다.
육군 당국에 따르면 현역입대자의 2~6%가 히로뽕을 비롯한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 경험이 있다.지역별로는 부산.경남쪽 신병이 모이는 부대에 경험자가 6%로 가장 많고 서울.경기지역 3~4%,충청.강원.호남지역 2%의 순인 것으로 나 타났다.
물론 군에 현역으로 입대한 사병들이 마약등 환각성 약품에 중독됐거나 경험한 비율은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마약전문가들은 지난 7월 YMCA가 서울시내 중.고생을 대상으로 본드.부탄가스 흡입 경험자를 조사한 결과 4.9%로 나타났다며 신병들의 마약관련 현황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한다.단순 수치상으로는 이같은 사병들의 향정신성 의약품 흡입.복용 실태가.이상'할게 없다.하지만 이들이 늘상 각종 총기와실탄.수류탄등을 다룬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군당국은 이들이 정신착란이나 흥분된 상태에서 총기 오발.난동사고를 일으킬까봐 바짝 긴장한다.그리고 그를 방지하기 위한 최우선 작업이 이들 중독자를 가려내는 일이다.병무청이 실시하는 징병검사나 적성검사(KMPA)과정에서 중독 자를 밝혀내는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본인이 감추면 별 도리가 없다.
병무청 검사를 모두 통과,건강한 장정으로 현역입대한 만큼 잘추슬러 써야 한다.이들이 위험하다고 해서 무작정 군복무를 면제시키거나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단 정훈참모 정영주(鄭永柱.3사14기)중령은“약물 복용경험이 있는 입대자들의 경우 자대에 배치될 때도.꼬리표'를 붙여 총기및 탈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각 신병교육대는 눈을 감고 손을 들게 하거나 A4용지 10쪽 분량의.나의 성장사'를 작성케 해 1차로 마약경험자및 중독자를 가려낸다.
군 관계자는“단순 경험자가 군생활을 면해 보려고 별로 심각하지 않은데도 손을 드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2차 면접을 통해한번 더 걸러내고 그래도 확인되지 않을 때는 군병원으로 보내 정밀검사를 받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중독자 모두 스스로 밝히는 것도 아니다.신병교육대는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신병이 가입소하면 3박4일동안 조교들과 함께 생활시켜 중독자를 가려낸다.중독자들은 일반인과 달리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행동은 웬만하면 탐지된다.약물복용이 필요할 때에는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키거나 근육이 풀어져 전혀 활동할 수 없는 허탈상태에 빠지기 일쑤다.단체생활을 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쫓기는듯 동료들을 피해 개인 행동을 하 고 노골적으로마약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등을 사 달라며 조른다.그러다가는 험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이런 신병의 십중팔구는 중독증세가 심한 경우다.군 관계자는“앉았다 일어서기와 같은 기본 운동에도지쳐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경우도 금단 현상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정밀한 조사를 한다”고 말한다.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입대 직전부터 약물을 복용한뒤.중독자행세'를 하는 입대자도 있는데 군병원의 정밀 검사로 발각되게 마련이다.이들에 대해서는.괘씸죄'를 보태 군기교육대등에서 모진체력단련훈련을 받게 한다.
신병교육대는 약물복용 경험자들을 따로 분류,소대를 편성한다.
고참 중위가 소대장이 돼 의무대 군의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특별관리를 한다.중독된 신병들이 금단현상을 일으킬 때에는 신경안정제를 주사해가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
이런 배려속에 2~3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물중독자나 경험자는 신병교육이 끝나는 6주후면 새사람이 돼서 나간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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