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기각…"법 어겼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 사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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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심리 개시 2개월여 만에 '기각' 결정으로 끝났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재판장 尹永哲)는 1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공판을 열고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6명)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며 대통령 파면을 요청한 국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63일간 권한이 정지됐던 盧대통령은 헌재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회복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盧대통령이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지난 2월 18일)에서 한 발언과 방송기자클럽에서 한 발언(2월 24일)은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한 청와대 측의 폄하 발언은 대통령의 헌법 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지난해 10월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역시 헌법 위반(제72조)"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그러나 "盧대통령이 헌법과 선거법을 위반하긴 했으나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직무상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더 이상 헌법 준수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핵 사유 중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대통령 측근비리는 취임 전 일이거나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국정 및 경제파탄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며 盧대통령이 헌법 수호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논란이 됐던 소수의견 제시 여부와 관련, 헌재는 "헌재법상 탄핵심판 사건에 있어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 수 등은 결정문에 표시할 수 없다"며 "다만 소수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재판관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결정문 전문은 인터넷 뉴스(www.joongang.co.kr)에서 볼 수 있다.

조강수.전진배 기자 <pinejo@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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