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 진통-노동法개정案결론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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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정했던 발표를 몇차례 연기해 가면서 진통을 겪었던 노동법 개정안은 수시로 엎치락 뒤치락,막판까지도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불투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내 격론은 노동부와 박세일(朴世逸)청와대 사회복지수석이 중심이 돼 만들었던 당초안에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이 강력한 제동을 걸면서부터 시작.
당초 안에는 노조전임자 무임금원칙의 명문화와 대체근로제등 기업측이 요구해온 내용들이 2단계안으로 미뤄졌거나 빠져 있었는데李수석이 이것들을 반영시키지 않는다면 현행 노동법을 손대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배수진을 쳤다는 것.
이에 박재윤(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이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강하게 밀어붙였고 한승수(韓昇洙)부총리가 이를 적극 거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오히려 연내 법 개정을 여러차례 강조했던 진념(陳稔)노동부장관이 다른 경제부처가.뒤늦게'강하게 나오자 주춤거렸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결국 李수석이 노동부와 朴수석이 마련한 안에 반대의사를 표명,정부발표가 늦어지면서 경제계의 주장이 더 반영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대체근로제에 유니언숍 조건이 추가됐고 파견근로제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한다는 방안도 추가됐다.
개별기업 복수노조 허용방안의 경우 노동부는 3년의 유예기간을주장했으나 다른 경제부처에선 기업에 충분한 적응기간을 줘야 한다며 5년을 밀어붙였다.노조 전임자의 무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현 상태로 가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 002년부터 무임금으로 전환하자고 주장.이에 재경원과 통산부가 3년뒤 즉각시행 또는 내년부터 임금을 25%씩 줄여가자는 방안을 제시해 맞섰다.결국 2002년부터 시행하되 그 이전이라도 임금을 점진적으로 줄여간다는 단서를 달았다.
교원단체 허용방안도 교육부는 3년 유예를,노동부는 내년부터 당장 할 것을 주장했다.처음에는 3년 유예로 기울었다가 陳노동장관이 개혁의지를 보이기 위해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결국 2년유예라는 절충안으로 결론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노동관계법 정부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이수성(李壽成)총리의 조정역할이 상당히 작용했다.
노개추 실무위원장인 김용진(金容鎭)총리행정조정실장은“李총리가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면서“특히 통산부와 노동부가 견해를 달리했던 파업시 대체근로자 투입문제와 관련해 유니언숍의 경우 외부 근로자의 일시적 채용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조정한 것도 李총리의 조정작품이라고 설명.
김영삼(金泳三)대통령으로부터 노동법 개정작업의.전권'을 부여받은 李총리는 그동안 부처간 갈등과 노사간 대립와중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3일 발표한 李총리의 담화내용은 비서진이 써온 내용을 거의 무시하고 李총리 본인이 전날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새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의 고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당부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동법 개정안과 李총리의 간곡한 내용이 담긴 담화가 나간 직후부터 노동계와 경제계 모두로부터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자 그동안 부처간의 이견을 절충하며 정부안 마련에 실무작업을 맡아온 총리실 관계자들은“정부의 고뇌를 너무 몰라 준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현곤.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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