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역사의 거목 2인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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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시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제2전시실. 이곳에 걸린 빛바랜 사진들이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구 출신의 사진가 구왕삼(1909∼1977년)과 박영달(1913∼1986년)의 작품들이다. 이들은 1960∼70년대 대구를 ‘한국 사진의 수도’‘사진의 메카’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구왕삼은 약사 출신이었다. 40년대 들어 사진계에 발을 디뎠다. 뒷골목과 시장 등 어려운 우리네 이웃의 삶을 앵글에 담았다. 그는 리얼리즘(Realism·사실주의) 사진의 기틀을 닦은 작가로 꼽힌다. 작품 활동과 함께 사진 비평에도 힘을 쏟았다. 조선·동아일보, 대구매일신문, 영남일보 등에 날카로운 비평을 잇달아 발표해 대구는 물론 한국 사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살롱(salon)사진(풍경을 담는 사진)을 비판했다. 그는 “사진은 보이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무엇’을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0년대까지 수차례 개인전을 열고 비평을 쏟아냈던 그는 지병으로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박영달도 한국 사진계에 족적을 남긴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지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구왕삼의 권유로 6·25 전쟁 직후 사진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문학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57년부터 61년까지 연 개인전을 통해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박영달은 사진의 배경을 여백으로 처리하는 기법을 통해 나타내고자하는 사물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풍선’(1958)과 ‘길동무’(1963)로 당시 국제적 권위의 일본 아사히국제사진살롱에서 입선했다.

‘대구사진의 선각자-구왕삼, 박영달’ 전에는 두 작가의 사진 40점이 전시 중이다. 이 중 30점은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김태욱(39) 대구사진연구소 소장이 두 작가의 유족에게서 작품을 입수했다. 김 소장은 “한국 사진사(史)에서 거목으로 꼽히는 두 작가를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회는 16일까지. 무료관람.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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