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중견기업] 한미약품, 남들은 카피약 만들 때 ‘+α’ 로 가치 높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삼성경제연구소는 9월 ▶1997년 외환위기 전과 ▶외환위기 직후 ▶최근 1년6개월 등 세 구간을 정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 여기 국내 유일의 ‘고성장 고수익 기업’으로 꼽힌 게 한미약품이었다.

▶96~97년 ▶2002~2003년 ▶2007~2008년 상반기 세 기간에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10% 이상, 총자산이익률(ROA)이 5% 이상인 회사를 찾았는데, 한미약품만이 세 기간 모두 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표 참조>

이 회사의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대투증권의 조윤정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개량 신약 개발에 힘을 쏟았다는 점, 중국 시장을 일찌감치 개척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개의 제약회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특허기간이 만료되길 기다렸다가, 그 약을 고스란히 베껴 만들거나 아예 다국적 회사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에 비해 한미약품은 신약에 자기만의 기술을 곁들여 새로운 형태의 ‘개량 신약’을 만들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특허 출원한 신약의 신물질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방법을 통해 특허를 피해갔다.

◆안주하지 않는다=이 회사가 한국형 개량 신약 개발에 주력한 건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부터다. 첫 성공작은 2004년 9월 선보인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이었다. 지난해 545억원어치가 팔려 ‘고혈압 국민 치료제’로 불릴 정도. 아모디핀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의 일부 성분을 바꾼 제품이다. 외국 업계가 독점한 고혈압약 시장에 국산 약으론 처음 명함을 내밀었다.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이 최근 개발한 개량신약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 다국적 제약사가 내놓은 신약의 일부 성분을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는 개량신약 사업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양영석 인턴기자]

지난해에는 미국 애보트사의 비만치료제 일부 성분을 바꿔 만든 개량 신약 슬리머로 출시 6개월 만에 1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량 신약 덕에 한미약품은 2006년 유한양행을 제치고 동아제약에 이어 제약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73년 설립된 한미약품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매출 1120억원으로 업계 10위였다.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면서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5010억원을 기록했다. 장안수(65) 사장은 과감한 연구개발을 그 비결로 꼽았다.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11%(548억원)에 달했다는 것.

“개량 신약으로 재미를 봤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입니다. 연구개발비의 70%는 신약 개발에 할애하고 나머지 30%로 개량 신약을 만들고 있어요.”

◆해외로 나간다=창업자인 임성기(68) 회장은 중국과 수교하기 한참 전인 80년대 중국에 건너가 현지 안내원을 앞세워 곳곳을 누볐다. 이 회사 정지석 부회장의 회고.

“중국 전역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 사업을 물색했어요. 임 회장은 새벽 1시까지 회의를 하고 아침 7시30분이면 조찬 모임을 주재했지요. 임원들과 함께 중국 출장을 할 때는 다들 입에서 단내가 났어요. 잠이 너무 부족해 다들 호텔방 돌아갈 생각만 간절했습니다.”

진작부터 공을 들인 중국 시장은 한미약품의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 96년 설립한 북경한미약품은 현지 생산·영업을 총괄한다. 중국 전역에서 뛰는 영업사원 630명을 포함해 861명이 일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2억6800만 위안(약 508억원).


장 사장은 “북경한미약품을 연내 중국 4000여 제약사 중 70위권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이어 일본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조만간 세계 제약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성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