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개방 시나리오-외국社,국내 기업 야금야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99년 1월 둘쨋주 월요일.국내 제2의 유선전화회사 데이콤의새주인이 결정됐다.
세계 최대 전기통신회사인 미국전신전화(AT&T)가 데이콤 지분 33%를 확보,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AT&T는 데이콤 주식을 회사와 회장 이름으로,그리고 장비생산 계열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명의로 10%씩 사들였고 국내현지 법인을 통해 3%를 추가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유선계 통신업체의 동일인 지분상한이 10%임을 들어 AT&T의 데이콤 경영권 인수가 불법이라고 했지만 97년 2월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기본통신협상에서 우리측이 외국인 1인 지분한도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AT&T의 데이콤 인수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10% 지분상한 제한은 국내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돼버린 셈이다. AT&T는 데이콤을 통해 자사가 개발한 최신 무선시내망장비를 들여왔다.그리고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전파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정보통신부에 요구했다.
AT&T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던 정통부는 이미 다른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신청서를 반려했다.
AT&T는“정부가 사용중인 전파가 아니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WTO 합의문을 들이밀고“정통부가 미사용중인 전파정보를허위로 공개했다”며 이를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정통부는 어쩔 수 없이 전파 사용을 승인했다.
AT&T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AT&T는 부가통신사업 전담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자회사는 데이터통신사업을 이유로 한국통신.데이콤.두루넷의 전용회선을 빌려 여기에 전화교환기를 달았다.이 회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터넷폰으로 일반 음성전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통부는 또 부가통신회사가 전화사업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제재를 가하려 했다.
AT&T는 이 회사가 다른 기업의 설비를 빌렸으니 자신의 설비로 사업을 해야 하는 전화사업과 다르다며 반발했다.정통부는 다시 두 손 들어야 했다.
AT&T가 다음으로 노린 분야는 위성서비스.한국에서 통신업체로 허가받은 기업만 외국의 위성설비를 빌릴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자체 위성을 발사하려던 데이콤 계획을 백지화시키고 AT&T 계열 위성을 사용토록 했다.
속수무책인 정통부가 내민 최후의 카드는 데이콤 관련 업무의 처리지연.
그러나 AT&T는 한국의 통신관련 규제절차가 투명치 않다며 이 문제를 통신위원회.법원.WTO사무국등에 제소했다.
〈이민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