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장생 도라지 왜 21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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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반 도라지는 밭에서 3~4년 자라면 뿌리가 썩으면서 죽는다.

그러나 거름기 없는 땅에 3년 주기로 옮겨 심으면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일곱번 옮겨 심어 21년 자란 것을 장생도라지라고 부른다.

'장생(長生)'이란 말은 나물용인 일반도라지와 구분하기 위해 개발자인 이성호씨가 1991년 발명특허를 신청할 때 붙였다. 농작물 재배법으로는 맨 먼저 특허를 받았다.

왜 21년을 재배할까. 재배기간이 길수록 사포닌 함량이 늘지만 21년을 고비로 함량 증가세가 현격히 둔화하기 때문이다.

장생도라지는 성장기간이 긴 만큼 효능도 뛰어나다. 과학적으로 성분이 입증되기 전에는 이성호씨가 술을 담그면서 효능을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이다. 20년산 미만의 도라지로 담근 술은 다 같이 누런 빗깔을 내지만, 21년산부터는 색깔이 훨씬 짙어졌다는 것이다.

장생도라지에 대한 연구논문과 보고서는 현재 35편에 이른다. 성분도 대부분 규명됐다.

경상대 성낙주 교수팀은 94년 장생도라지에 모두 23종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인삼(21종)보다는 2종이, 일반 도라지(18종)보다는 5종이나 많은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다.

사포닌 성분은 피를 맑게 해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에 특히 좋다. 항암 작용과 함께 천식과 치매 예방에도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장생도라지에는 또 이눌린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데 ▶혈당을 강화하고▶장을 튼튼하게 하며▶숙취해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각종 무기염 등 인체에 유용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도 확인됐다.

가공 식품이 나오기 전에는 뿌리를 한약재와 함께 다려 먹도록 판매했다. 그러나 지금은 농축액을 비롯해 분말.환.화장품.캔디 등 10여개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내년께 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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