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출산장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47→1.30→1.17
빨간 불이 켜졌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문닫을 위기에 처한
산부인과는
갱년기 장애와 비만 치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늦게 화들짝 놀란 정부는
허둥지둥 대책이란 걸 내놨다.

결혼하면 도서상품권 5만원,
'출산을 축하합니다' 20만원,
아이에게는 옷과 유모차를,
둘째나 셋째에게는
많지 않은 양육비도 준단다.

'출산율만 높아지면 되니
제발 낳기만 해라.
제 밥그릇은 타고 난다.'
일단 낳고 보란다.
그런데 그 다음은?
나몰라라다.

애 하나 더 낳겠다고
출산수당 20만원과
직장을 맞바꿀
용감한 여인이 얼마나 될까.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도우미 아줌마와 놀이방까지
폭탄 돌리기식으로
아이를 맡겨 키우는 엄마들.

이들이 양육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진 않을 터다.

월급을 다 털어 넣어도
부족하다고 입만 벌려대는
사교육의 블랙홀 앞에서
선뜻 아이 하나를 세상에
던져 놓을 수 있는
자신있는 부모도 많진 않을 터.

알량한 돈 몇푼에
선물 몇 개 안겨주고서
동량(棟梁)을 낳고 기르라는
무책임한 대책에
여성들의 대답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이달 31일까지 출산장려 표어를 공모한다. 가족계획사업을 해오다 2002년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가 1.17로 급락하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