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산다>IQ에 도전하는 샐로비의 EQ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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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왜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는가.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피터 샐로비(38.사진)교수는 인간의 성공이 지능보다 감정에 달려있음을 학문으로 입증해보인 감성지수(感性指數)이론의 창시자다.
.새로운 지능의 개념,감성지능'이라는 제목의 강연회(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그가 설명한 감성지수이론에 따르면 이런 답이나온다. “유비의 후덕(厚德)이 공명의 지혜를 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를 지향하는 인간이 주목해야할 대상은 지능개발이 아니라 풍부한 감정을 개발하고 또 스스로 조절하는 감성개발이라는 것이다.
EQ(Emotional Quotient)로 표현되는 감성지수이론은 90년 샐로비교수와 뉴햄프셔대 존 메이어교수의 공동연구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95년뉴욕타임스지 기자 대니얼 골맨의 저서.감성지수( EQ)'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
현재 EQ는 교육은 물론 산업과 정치영역으로까지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가장 대표적인 EQ활용사례는 EQ가 높은응시자를 보험설계사로 채용하고 있는 미국의 보험회사 메트라이프(Met-Life)사.
실제로 EQ우수자가 IQ우수자보다 1차연도 21%,2차연도엔57%나 영업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물론 새로운 분야인만큼 IQ처럼 객관화된 EQ 측정방법은 아직 없다.연말께 마련될 것이라는 것이 샐로비교수의 설명.
메트라이프사는 EQ에 간접적 산출이 가능한 질문법을 사용했다.예를 들어.당신은 지금 매우 피곤하다.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내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라기보다 그동안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EQ 가 높다는 식이다. EQ는 대중과 항상 민감하게 공감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샐로비교수는 미숙한 EQ때문에 실패한 대표적 정치인으로 88년 미국 대선때 여성스캔들로 몰락한 게리 하트 상원의원을 꼽았다. 당시 하트는 워싱턴에서 가장 똑똑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민주당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
샐로비교수는 하트의 몰락이“처음 그의 여성스캔들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을때 바로 사실을 시인,조기 진화하지 않고 기자들에게 증거를 찾아내라며 감정적으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이 도울에게 압승한 것도 감성지수면에서 클린턴이 도울보다 우위에 있었던 것이 커다란 이유중 하나.
도울은 마치.차가운 인형'같은 느낌을 주는데 비해 클린턴은.
당신의 아픔을 공감합니다'즉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가슴이 따뜻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EQ는 타고나는 것일까,얻어지는 것일까.
샐로비교수는“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경향도 있지만 후천적 학습에의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개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원시적이긴 하지만 동기부여에 의한 감정조절이 좋은 예.
가령 어린이들에게 앞에 놓은 과자를 지금 당장 먹을 경우 하나밖에 먹지 못하지만 10분정도 기다리면 두개를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스스로의 욕구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황세희.홍혜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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