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9단늦잠자 5분 지각출전-삼성화재배바둑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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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날 대국에서 유창혁(劉昌赫)9단이 5분을 지각하는 바람에주최측은 초긴장.劉9단은 오전10시 대국개시에 익숙해 있어 약간 늦잠을 잤던 것인데 동료 기사들은 이처럼 큰 대회를 앞두고늦잠을 잘 수 있다는 배짱이 부럽다는 얼굴(큰 승부 전야엔 한숨도 못이루는 기사들도 많다).
입회인 김수영(金秀英)7단은 대국개시 시간인 오전9시30분이되자 일단 대국개시를 선언.
5분후 나타난 劉9단은 규정대로 지각시간의 두배인 10분을 공제당해 2시간50분만 가지고 대국했다.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은 5분전에 도착했다.일본 전통의상인 하카마와 하오리 차림에 부채를 손에 들고 대국장에 나타난 요다9단은 劉9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9시30분 대국시작이 맞느냐고 거듭 확인.요다9단이 이번 대결에서 왜 전통의상을입고 나타났느냐를 놓고 많은 해석이 오갔으나.결의의 표시'라는설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아무튼 일본기사가 한국기사와의대결에서 일본전통의상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사관 참사관이자 아마5단의 실력자인 야마자키 조이치(山崎穰一)와 아마6단 실력의 부인 후미코(山崎史子)는 아침 일찍부터 신라호텔에 나타나 요다를 응원했다.요다는 이 부부가“오늘 승부를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묻자 굳은 얼굴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후미코는 MBC-TV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의 일본바둑이 왜 약해졌느냐는 질문을 받고“일본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한국이 강해졌다”고 대답.
…요다9단이 대국중에 계속 부채소리를 내는 바람에 劉9단은 약간 신경이 쓰이는 눈치여서 주최측이 신경을 썼지만 劉9단은 대범한 성격답게“괜찮다”고 한마디.점심시간때 劉9단은 TV해설을 맡은 정수현(鄭壽鉉)8단이 형세를 알아보기 위 해 우회적으로 질문하자“별로 좋지않다”고 말했다.낙천적인 劉9단이 좋지 않다면 아주 나쁜 것 아니냐고 놀랐으나 곧 조훈현(曺薰鉉)9단이 나타나 黑우세를 선언해 검토실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이날 대결은 MBC-TV가 낮12시부터 중계했다.해설자는 조훈현9단,정수현8단,홍태선(洪太善)7단,김성룡(金成龍)4단등4명.28일 군입대 예정인 김성룡4단은 자신이 8강까지 올라간삼성화재배에 많은 애착을 보이며“언젠가 나도 꼭 우승하겠다”고한마디.金4단은 최근 삼성화재배 상금중 2백만원을 투병중인 선배기사 이준학(李俊鶴)5단의 병원비로 써달라며 성금을 내 화제가 됐었다.
…컴퓨터통신 유니텔도 김수영7단의 해설로 전국에 중계했는데 마지막에 대국이 반집승부로 어울리자 많은 기사들이 동원돼 계가에 분주.이날 계산의 대가인 이창호(李昌鎬)9단은 패왕전 본선대국이 있어 이곳에 오지 못했다.
이날 대국은 마지막 끝내기에서 희비가 교차했다.劉9단이 반집진다는 설이 파다했으나 요다9단이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골인.대국후 요다9단은 패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침통한모습으로 오랜 침묵을 지키다 복기없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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