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면 미소 짓는 ‘제2 말아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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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고양마라톤대회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황덕연(45·左)·인성(17) 부자.

황인성군은 다음달 2일 열리는 중앙서울마라톤의 최연소 참가자다. 열일곱 살이다. 등번호 30129번을 달고 10㎞ 코스에 도전한다.

인성군은 영화 ‘말아톤’으로 유명한 배형진군처럼 자폐증을 겪고 있다. 키 1m82㎝의 건장한 체격이나, 지능은 3~4세에 머문다. 부모나 여동생에게도 좀처럼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달릴 때면 작지만 환한 미소가 엿보인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아버지 황덕연(45·회사원)씨의 뜻이었다. 황씨는 마라톤·수영·사이클을 복합한 철인 3종 경기 매니어다.

황씨는 “몸이 건강하면 아들의 자립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아들은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숨이 차 올 때마다 인성군은 달리기를 멈추려 했다. 난폭한 행동으로 맞서기도 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을 달래 매일 목표량을 채웠다. 보다 못한 어머니 김선회(44)씨가 한때 말리기도 했다.

어느덧 아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아버지를 순순히 따라왔다. 연습을 마칠 때마다 아버지가 주는 물과 먹을거리에 즐거움을 느낀 듯했다. 인성군은 최근 각종 마라톤 대회에 10여 차례 참가했다. 하프코스를 두 번 완주한 경험도 있다. 장애청소년대회에 참가해 부상으로 받은 텔레비전은 ‘가보’가 됐다.

황군은 아버지와 함께 중앙서울마라톤에 출전한다. 그래서 부자는 요즘 매주 13㎞ 이상을 뛴다. 황군은 수영·등산에도 재미를 붙였다. 어머니 김씨는 “달리기가 아들을 바꾼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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