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중도금 부담 낮춰라 … 고가주택 분양률 높이기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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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고가 분양 주택들에 입주 때 내는 잔금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이 고금리에 따른 당첨자들의 중도금 부담을 줄여 분양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달 초 분양된 삼성건설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일반분양분 87~268㎡ 2444가구)의 계약조건은 계약금 10%와 잔금 90%다. 중도금이 없다. 내년 7월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로 계약에서 입주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해도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후분양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중도금 비중이 낮기는 해도 중도금을 아예 받지 않는 단지는 드물다. 인근에 6월 나온 반포자이는 계약금 10%, 중도금 20%, 잔금 70%를 책정했다.

래미안 퍼스티지 신동인 분양소장은 “고가 주택이어서 금리가 높을 때는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이 크고, 이미 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아 잔금 비율을 확 높였다”고 말했다. 당첨자 입장에선 중도금 대출 이자를 아끼는 셈이다. 이 단지의 분양가가 대부분 10억원 이상이어서 분양가 10억원 중 중도금이 20%인 2억원이라 해도 이자가 520만원 정도다.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30일부터 청약접수하는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46~296㎡ 386가구) 주상복합의 잔금 비율은 60%다. 계약금(10%) 외 중도금 30%도 무이자로 대출돼 당첨자는 잔금 납부 전에 계약금 10%만 있으면 된다. 지난해 1월 같은 지역에 나온 SK건설·쌍용건설 주상복합은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였다. 아이리스 당첨자들은 이들 단지보다 8000만~9500만원(분양가 12억~14억원 기준)의 중도금 이자 부담을 덜게 된다.

현대건설도 용인시 죽전지구에 분양 중인 타운하우스(205~278㎡ 27가구)에 대해 중도금을 10%만 받고 잔금 비율을 80%로 높였다. 이 주택의 분양가는 13억~19억원이다. 7월 분양된 화성시 동탄 신도시 내 타운하우스 대부분의 잔금 비율이 30~50%였다. 하지만 높은 잔금 비율은 업체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사 중간에 들어오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부담이 늘더라도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업체가 중도금을 줄인 데 따른 비용 부담을 다른 식으로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 등 분양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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