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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껌값’ 원·달러 사두자…일본, 외화 사재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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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엔화 값이 ‘이상 급등’하면서 일본 경제에 ‘엉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달러나 원화 사재기 열풍이 부는가 하면 급등했던 생필품 값을 깎아주는 상점까지 나왔다.

28일 도쿄 긴자(銀座) 주변에는 전날에 이어 환전소마다 때아닌 장사진이 늘어섰다. 주로 중년 주부들과 ‘OL(오피스 레이디)’로 불리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다. 엔화 가치가 연일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달러화를 사두려는 행렬이다. 이 주변에서 회사에 다니는 시바 나호코(柴菜<7A42>子·23)는 “겨울 휴가에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달러를 미리 사려고 나왔다”며 “엔화 가치가 크게 올라 한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20% 이상 줄게 됐다”고 말했다. 한류 배우를 만나기 위해 서울 방문을 준비 중이라는 60대 일본 여성은 “엔고 덕분에 원화 값이 싸졌다”며 쇼핑을 나왔다가 5만 엔을 즉석에서 원화로 바꿔갔다. 환전소 관계자는 “원화 값이 너무 폭락했기 때문에 오를 때를 대비해 사두려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전국에서 이 같은 ‘외화 대(大) 바겐세일’이 벌어지면서 정작 달러화를 비롯한 외화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환전소가 몰려 있는 신주쿠(新宿)의 한 환전소에서는 오전에 달러화가 동나자 거래 은행에서 간신히 50만 엔어치를 조달해 왔으나 10분도 안 돼 ‘품절’돼 환전 영업을 중지했다. 이런 현상은 도쿄· 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쓰비시(三菱)도쿄UFJ 등 대형 은행에서는 재테크를 겨냥한 부유층들도 몰려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급락한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 현금화한 돈으로 달러화를 사놓고 있다”고 말했다. 쌀 때 달러를 샀다가 달러 값이 다시 오르면 팔아 환차익을 보겠다는 것이다.

이토요·세븐일레븐·자스코 등 대형 수퍼마켓 체인과 편의점들은 ‘엔고 반환 세일’에 나섰다. 엔고에 따라 수입물가가 내려갔으니 그만큼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자스코를 경영하는 대형 유통그룹 이온은 쇠고기·참치 등 식료품과 와인·모포 등 1000개 품목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대형 수퍼 ‘이토요카도’는 이미 이달 중순에 세일을 시작했다. 고급 생수와 치즈 등 수입 식료품과 일용품 등 50개 품목의 값을 최대 30% 내렸다. 일본은 7, 8월 연속 소비자 물가가 2.4% 급등하면서 ‘인플레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엔고로 수입 비용이 줄자 유통업체들이 10~30%까지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엔화 값이 오르면서 일본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도요타·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일본 대표 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키(近畿)대 이지마 다카오(경제학) 교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기업들과 겨뤄야 하는 소니·파나소닉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엔고 때문에 창과 칼을 내려놓고 싸우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제조업의 저력인 ‘마치코바(町工場·영세 공장)’마저 연쇄 폐업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4700개가량의 영세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도쿄 오타(大田)구에서 판금가공업을 하고 있는 다이요(太陽)기술연구소는 이달 들어 일감이 절반으로 뚝 줄어들었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시미타니 가스다카(染谷勝孝)는 “다음 달에는 아예 일감이 들어온 게 없다”며 “불안을 넘어 이제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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