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6분 연설 … 한나라 ‘기립박수’ 민주는 ‘무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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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한 것은 5년 만이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으며 웃으며 입장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본청 입구에서 ‘서민 구제 정책이 우선’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원내대표 등과 20여 분간 티 타임을 가졌다. 한승수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은행 대외채무 지급 보증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고장난명(孤掌難鳴·한 손으론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힘을 합쳐 정부를 도와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민 체감과 정부 대응이 너무 다르다. 정부가 좀 더 강력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정 대표가 “예산안도 처음 편성했을 때와는 경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정부에서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하자 이 대통령은 “시간적으로 어려우니 국회에서 잘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오전 10시쯤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다. 반면 민주당·민노당 의원들은 일어서긴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6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모두 9번의 박수를 받았다. “위기를 극복하면 한국 경제는 크게 살아날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이 상황에 대처할 것”이란 대목에서 첫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식 연설에선 33번, 7월 국회 개원식 연설에선 29번의 박수를 받았다. 연설을 듣는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핸드백에서 볼펜과 검은색 수첩을 꺼내 예산안의 분야별 내용을 메모하며 연설을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연설 도중 단 한 차례의 박수도 치지 않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의석에 놓인 개인용 모니터로 딴전을 피우기도 했다. 민노당 의원 5명은 연설 도중 ‘더 큰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다 10여 분 만에 퇴장했다.

연설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이 의석 중앙 통로로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경진·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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