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대납 밝힌 이순자씨 "알토란 같은 내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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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물을 팔고 땅을 사서 불린 알토란 같은 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11일 남편의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 때문에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으며 30분간 울먹였다고 한다.

李씨는 "검찰이 남편 비자금이라고 주장하는 130억원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패물을 팔아 땅에 투자해 모은 40억원이 늘어난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130억원을 포함해 200억원을 全씨가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명목으로 내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검찰이 차남 재용씨가 관리한 것으로 단정한 167억원 외에 의혹을 가지고 수사하고 있는 돈(206억원) 전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70억원은 친인척들과 함께 모아 이달 말까지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全씨가 법원에 신고한 가족 재산 내역에 따르면 李씨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안채를 보유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250평 규모인 이 집은 시가로 10억원 정도다. 새로 드러난 李씨의 재산 규모도 놀랍지만 울먹이며 강조한 '알토란 같은 돈'을 남편의 추징금 명목으로 내겠다고 결심한 배경도 주목된다. 이를 놓고 수사의 압박을 느낀 李씨 측과 수사의 한계에 다다른 검찰의 타협이 이뤄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李씨는 이 돈을 동생 창석씨 등 상당수 친인척을 통해 관리해왔다고 한다. 검찰 주장대로 이 돈이 全씨 비자금이라면 친인척을 통해 관리돼 왔음을 시인한 셈이다. 결국 李씨는 친인척을 향해 넒혀지는 검찰의 수사망에 위협을 느끼고 검찰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입장에서도 싫지 않은 선택이다. 수사 결과 全씨 비자금이라는 확증이 있을 경우 법적 절차에 의해 압수.추징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李씨에게 추징금 명목으로 제출하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李씨가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제출을 거부할 경우 그 돈을 추징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인척들의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검찰이 얼마나 더 많은 비자금을 밝혀낼지가 관심거리다. 全씨는 1997년 4월 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고 지금까지 332억여원만 납부한 상태여서 검찰이 수사 결과에 따라 얼마나 더 많은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순자씨의 동생 창석씨의 계좌에 全씨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 수십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창석씨를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이순자씨가 돈을 제출하는지에 관계 없이 '전두환 비자금' 추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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