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5명 "1년 '주독야경' 산고 끝에 옥동자 낳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클럽홀릭을 개발한 학생들.왼쪽부터 김의준·정선철·윤승준·오재경·이병만 군. 장대석 기자

“1년간 낮에는 공부하고,밤에는 게임하는 ‘주독야경(晝讀夜耕) ’의 산고 끝에 옥동자를 낳았어요.컴퓨터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빌 게이츠처럼 세계 게임산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는게 꿈 입니다.”

클럽홀릭을 개발한 학생들.왼쪽부터 김의준·정선철·윤승준·오재경·이병만 군.장대석 기자

한국게임고 3학년 이병만ㆍ김의준ㆍ정선철ㆍ오재경ㆍ윤승준 군이 온라인게임 ‘클럽홀릭’을 만들었다.최근 게임회사의 관계자들 앞에서 작품 발표회를 가진 다섯명의 학생들은 “'게임왕국 코리아’의 영광을 재현하는 주역이 되겠다”며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고교생들이 시험용 수준의 네트워크 게임을 만든 적은 있지만 인터넷에서 운용하는 상업용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공개한 것이 처음이다. 클럽홀릭은 음악에 따라 흘러 나오는 공을 마우스ㆍ휠을 사용해 맞히는 게임이다.박자에 맞춰 손ㆍ머리 등을 함께 흔드는‘리듬액션’게임의 일종으로 청소년이나 10~20대 여성들이 많이 즐긴다.특히 다른 리듬액션 게임이 컴퓨터 자판을 쓰는 것과 달리 처음으로 마우스를 사용토록 했다.

이들이 클럽홀릭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했다.

“평소 친구들하고 리듬액션 게임을 하면서 ‘왜 키보드만 사용할까’는 궁금증이 들었어요.마우스를 사용하면 더 재미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며 뛰어 들었죠.”

다섯명은 기획ㆍ프로그램ㆍ그래픽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낮에는 국ㆍ영ㆍ수 등 일반 과목 공부를 하고, 밤에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7시부터 게임개발에 매달렸다.작업은 거의 매일 자정 무렵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다른 친구들이 단잠을 즐기는 토ㆍ일요일도 반납한채 아침일찍 학교 연구실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이같은 노력 끝에 올 6월 PC에 깔아 나홀로 즐기는 초기 버전의 게임을 만들었다.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여러명이 동시에 접속해 경기를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으로 바꾸는데 몇달이 걸렸다.

“난이도를 조절하고 참가자들의 경쟁심을 유도하는 장치를 끼워 넣는게 쉽지 않았어요.캐릭터 꾸미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죠.”

주변에서 “어깨를 흔들며 따라하니 시간 가는줄 모를만큼 재미있다” “마우스를 사용해 리듬감이 훨씬 좋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주)예당온라인 박진우 팀장은 “학생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기술적으로 숙련되고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몇몇 게임업체서는 학교를 통해 실제 구매상담을 진행중이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게임고는 컴퓨터ㆍ게임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영재를 가르치는 자립형 사립고.지난 2004년 문을 열었으며 각 학년별 정원이 100명이다.학생들은 낮에는 일반 교과를 배우고,밤에는 프로그램ㆍ그래픽 등 게임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정광호 게임고 교장은 “게임산업은 국내 온라인 시장만해도 2조원을 웃돌 정도로 엄청나다”며 “이 황금시장을 지배하는 젊은 사자들을 키워 내겠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