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의 안전 시스템 구축 못한 우리 사회의 나태함 비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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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08면

디지털 영상 미디어의 팽창 속에서 신문 매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탐사보도의 강화다. 탐사보도에 신문의 공공성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제의식과 문제해결의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에서 취재거리를 포착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기사와 같다. 하지만 사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조사해 냄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진실을 심층적으로 밝히고, 독자 판단을 돕는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가 매년 열고 있는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전’이 큰 의의를 지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모전 심사평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응모 작품(총 23개 팀 44명)이 줄어든 점은 아쉽지만 작품의 수준이 향상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다섯 분의 심사위원은 주제의 참신성과 독창성, 내용의 심층성과 분석력, 기사를 엮어 내는 문장력, 풍부한 현장성 등을 평가 기준으로 최우수작 한 편, 우수작 한 편, 가작 3편을 선정하였다.

최우수작 ‘2006 급식대란, 그 이후…학교 급식, 문제 없나?’는 학교 먹거리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나태함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뛰어난 문제의식은 물론 여러 학교의 급식 직영 전환 실태를 직접 확인한 성실성이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렇게 ‘발로 쓴 기사’는 구체성과 현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최신 자료를 포함한 통계 데이터의 활용과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터뷰는 기사의 신뢰성과 정보성을 높였다. 특히 급식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집단의 입장을 균형적으로 반영하고, 해결 방안의 제안을 통해 유용성을 제고했다. 탐사보도가 빠지기 쉬운 ‘터뜨리고 보자’는 센세이셔널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보여 준 것이다.

우수작 ‘장애인은 넘지 못하는 민간보험의 벽’은 차별당하는 장애인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대학생다운 도전의식이 돋보인다. 법과 장애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괴리가 크고, 그 괴리는 장애인에게 고통이 되고 있음을 인터뷰를 활용해 생생하게 전달했다.

가작으로 뽑힌 ‘디자인 도시에 가려진 노점상 시범거리의 그늘’은 노점상이라는 소재를 통해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참신성과 간결하고 읽기 쉬운 문장, 현장감 있는 르포기사 스타일이 장점이었다. ‘취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적 장애인의 현실’은 외국 사례의 분석을 통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갈 길이 먼 한국의 레즈비언’의 경우 동성애자의 세계에 한층 깊숙이 들어가 레즈비언의 소외 실태를 추적했다.

젊고 건강한 시각으로 짜인 기획·탐사 기사에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미래의 청사진이 응축돼 있다. 내년에도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품은 대학생들의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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