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3일마다 쑥대밭 … 1000 깨지면 펀드 환매 늘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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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펀드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주부 한모(38)씨는 올 초 국내 주식형으로 갈아탔다. 연말 집을 옮길 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펀드 수익률은 하반기 들어 고꾸라졌다. 최근엔 원금의 30%가 넘게 손해 봤다. 한씨는 “손해 본 게 아까워 환매를 할 수도 없고, 주가는 더 떨어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까지 최고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각광받던 펀드 투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장기 투자의 효과를 믿고 묵묵히 버티던 투자자들도 곤두박질한 수익률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그나마 본격적인 환매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위안”이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외환딜링룸의 딜러가 모니터를 통해 환율 시세를 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실망 속 “지켜보자”=23일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강남본부점에는 펀드 수익률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반 토막이 나버린 펀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펀드를 해지하러 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지점 관계자는 “이미 환매 시점을 놓친 데다 손실이 너무 커져 쉽사리 돈을 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객장 분위기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삼성증권 갤러리아지점 관계자는 “거액 투자자들은 거의 연초에 투자분을 뺀 상태라서 최근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원 장모(41)씨도 최근 적립식 계좌에 대한 자동 납입을 중단시켰다. 장씨는 “속이 상해 아예 수익률 현황을 보지 않기로 했다”며 “아예 묻어두고 장기 투자를 할 생각이지만 지금 돈을 더 넣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바닥권에 접근한 것 같기는 하지만 워낙 불안하니 조금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교보증권 수원지점 전인원 대리는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요즘 같은 때 환매를 안 하겠다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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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 적립식 펀드 줄어=약세장에서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계속 불어난 것은 그나마 적립식 펀드의 힘이었다. 지난해 초 780여만 개에 그쳤던 적립식 펀드의 계좌 수는 펀드 열풍을 타고 올 6월 말에는 1500만 개로 불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적립식 펀드마저 한 달에 10만 개씩 줄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자금이 줄어들자 펀드 설정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2112억원 줄었다. 이달 들어 14거래일 중 8거래일에서 순유출이 발생했다. 정부가 3년 이상 적립식 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등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기존 펀드 투자금에는 세제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좀 더 지속되면 본격적으로 펀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 이정아 지점장도 “주가가 더 떨어져 1000포인트가 무너지면 환매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정부 정책만으로 펀드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계속 악화된다면 환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회사원 김지섭(37)씨는 “내 돈으로 투자한 펀드는 그냥 놔둘 생각이지만 부모님 돈을 받아 넣은 펀드는 아무래도 환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 팀장은 “당분간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반등 기회를 이용해 차분히 손실 규모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지금 환매해도 달리 투자할 만한 게 없다”며 “다만 나라별 투자 비중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철·고란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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