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이익창출능력’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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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은행들은 대출 확대 등 자산 경쟁을 통해 외형은 크게 부풀렸지만 내실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은행 하나가 한 해 수조원씩 수익을 내던 시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2006년 이후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같은 건전성 지표는 물론 순이자마진·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수익성 지표들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BIS 비율은 2006년 9월 13.1%에서 올 6월 현재 11.36%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서로 대출을 늘리려고 떼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돈을 빌려준 게 큰 이유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의 총자산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중은 72.5%로 홍콩(49.4%)에 비해 크게 높다”며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BIS 비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실적 조사기관인 IBES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대출 비중(72.3%) 역시 홍콩(43.3%) ·싱가포르(47.2%)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다.

게다가 최근 급락한 주가도 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과거 부실 기업 회생을 지원했던 은행들은 보유했던 해당 기업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출자했다. 한때 이들 출자전환 기업 주가가 껑충 뛰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크게 올라가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보유 주식 주가가 급락하자 이번엔 반대로 평가익이 줄면서 건전성 지표도 악화될 전망이다.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ROE)도 2004년(22%)을 정점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은행의 자본은 늘었지만, 이익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린 것도 지금 와선 문제가 되고 있다. 은행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은 2005년 이후 매년 12.8%, 32.9%, 36.3% 증가해 전체 대출 증가율의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건설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늘고, 돈이 묶이면서 은행의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BIS비율=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의 건전성 지표.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이 비율이 8%를 넘어야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를 정상 금리에 빌릴 수 있다.

◆순이자마진=전체 이자 수익에서 비용을 뺀 것.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이 비율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예금을 받아 대출을 많이 할수록 은행이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특별취재팀=남윤호·김준현·안혜리·김원배·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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