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명 前외무장관 사임 뒷얘기-야당 攻勢說에 사퇴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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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의 돌연한 사표제출과 경질의 배경을 놓고 정.관가의 뒷얘기가 무성하다.
◇사표제출=孔장관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수성(李壽成)총리에게 공식 사의를 표명하기 이틀전인 2일이었다.孔장관은이날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긴급히 의논할게 있다』면서 건강을이유로 사의를 표시했다.청와대쪽에서는 孔장관의 돌연한 사의표명에 당황했고,그의 경기고 후배인 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은 『지금 사표를 내면 사정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만류했다는 것.
그러나 孔장관은 『내가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됐지… 걱정할 것 없다』고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청와대에서는 『우선 일요일 행사나 치르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했다는 것.
孔장관은 일요일 저녁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초청행사를 치른후4일 李총리에게 전화로 사표제출 절차를 밟았다.
◇사퇴 배경=청와대는 이런 돌출행위를 이해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다른 배경이 있는지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외무부에서 설(說)로 떠도는 孔장관의 자기 인맥 심기.정책충돌,그리고 심지어 비리설도 점검했지만 와전이고 음해성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모처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에는 孔장관이 취임후 단행한 인사이동 관련 비리와 특정고교 특혜인사등을 종합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외무부 일각에서는 최근 모 주간지가 보도한 孔장관의 인민군 전력시비 역시 이 기관이 보고서 에 이어 孔장관 흔들기 2탄으로 마련한게 아닌가 보고 있다.
孔장관이 최근 북한관련 대미(對美)외교에서 독주,통일원과 안기부의 심사가 불편했다는 정황설을 근거로 보는 일종의 음모설이다. 그러나 정통한 고위 소식통은 그의 사임결심 배경에는 이런보고서,안보팀내의 알력및 음해성 투서도 작용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인민군 경력을 정치문제화하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기미를 그가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孔장관 사의표명후 진상을 알아본 결과 그의 인민군복무전력을 갖고 「제2의 이양호(李養鎬)」파문을 일으키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해 그가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孔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인민군 경력이 정치권에서 비화되면 시끄러워질 것을 염려하고 또 12월로 예상되는 개각때 경질될 줄로 짐작,몸이 아픈 것을 이유로 사임결심을 했다는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도 『사퇴결심의 직접적 계기는 국민회의등 야당의 움직임이었을 것』이라며 『국민회의가 외무부를 겨냥해 「제2의 이양호 파동」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소문을전했다.95년 「최승진(崔乘震)외무부 문서변조」 사건에서 孔장관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아 孔장관 때리기의 혐의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국민회의는 이런 소문을 강력히 부인했다.
국민회의측은 특히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계기로 외무부가 대북(對北)정책 주도권을 행사하자 안기부.통일원등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까지 치솟았다고 주장,인사비리및 정부내 갈등설 때문에 사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민군 경력=孔장관은 50년 경기중 재학시절 인민군 의용대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탈출,육군통역장교로 5년간 복무했는데 95년2월 『말』지가 이를 기사화했고 본인도 시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의 인민군 경력은 청와대 존안(存案)카드에도 있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알고있는 사항이어서 문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인민군 경력은 문제가 안된다는 인식에서 그의 백내장수술 후유증등 치료를 명분으로 사임문제를 처리하기로 孔장관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그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건강악화 때문이라고 강조하고있고,金대통령도 『혹사시켜 마음아프다』고 밝힌 배경이다.
박보균.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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