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니저>돌연 사퇴 선언 獨 도이체방크 코퍼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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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백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은행 도이체방크의 힐마코퍼회장이 지난주 갑작스레 내년 5월에 물러나겠다고 발표,유럽금융계가 술렁거린다.일찍 물러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다.코퍼회장의 이번 조기퇴진은 본인의 의사 에 따른 것으로알려지고 있다.이와 관련,주변에서는 그가 평소 『20여년간 은행경영을 맡아온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는 말을 자주해왔다고 전한다.그의 후임으로는 롤프 에른스트 브로이어(58)투자담당이사가 내정됐다.코퍼회장은 지난 Ц 9년 적군파의 테러로 희생된전임 알프레드 헤어하우젠 회장 후임으로 발탁돼 도이체방크를 오늘날 세계6위(자기자본기준)은행으로 키워온 금융계의 거목이다.
또한 독일 최대기업인 다임러 벤츠그룹 감사회 의장으로서도 막강한 힘을 휘둘렀던 경 제계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이체방크가 주거래 은행이었던 독일 굴지의 메탈 게젤샤프트.KHD사가 잇따라 파산하고 사기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재벌 슈나이더사건에 휘말려들어 최고 경영인으로서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도 했다.
차기 사령탑으로 결정된 브로이어는 투자및 증권전문가로 명성이높다.도이체방크의 향후 경영전략이 투자업무로 무게중심을 옮김에따라 전격발탁됐다는 후문이다.특히 언론관계가 원만해 최근 이미지가 다소 구겨진 은행의 위상을 조속히 회복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코퍼회장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최말단 행원에서 은행의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임에 비해 브로이어는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자출신 경영인이다.그러나 업계 소식통들은 그가 취임하더라도 평소 코퍼회장의 경영노선에 순종했던 성 향을 보였기때문에 경영노선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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