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창혁.요다,80만불 짜리 '盤上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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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30세 동갑내기인 한국의 유창혁(劉昌赫)9단과 일본의 요다(依田紀基)9단이 베이징(北京)과 서울에서 총상금 80만달러(약6억6천3백만원)가 걸린 「황금의 6번기」를 벌인다.
베이징의 쿤룬(崑崙)호텔에선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제3회 잉창치(應昌期)배 결승전 3,4,5국이 4일부터 8일까지 치러진다.우승상금은 40만달러,준우승은 10만달러.서울의 신라호텔에선 제1회 삼성화재배 결승전 3번기가 오는 25일 부터 29일까지 치러진다.우승상금은 똑같이 40만달러지만 應씨배는 4년마다 열리고 삼성화재배는 매년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화재배야말로 세계최대의 대회가 된다.준우승은 6천만원.
세계최강자로 꼽히는 이창호(李昌鎬)9단은 96년 바둑계의 총결산이라 할 이 화려한 잔치에서 왜 빠졌을까.유창혁9단 때문이다.劉9단은 두번에 걸친 결정적인 고비에서 李9단에게 연속 뼈아픈 타격을 가했다.
應씨배 결승전 1,2국은 지난달 4,6일 중국의 시안(西安)에서 열려 1승1패를 기록했다.이 상태에서 삼성화재배 8강전과준결승전이 부산에서 열렸고 준결승전에서 유창혁과 이창호가 재격돌했다.여기서 劉9단은 다시 극적인 반집승을 거 두며 李9단을꺾었다. 요다9단은 16강전에서 천적이라 할만한 조훈현(曺薰鉉)9단을 꺾은 뒤 계속 추첨운이 따라주었다.8강전에선 신예 김성룡(金成龍)4단을,준결승전에선 양재호(梁宰豪)9단을 만났다.
추첨이 끝날 때마다 요다는 드러내놓고 좋아했다.
이제 유창혁과 요다,이 두사람이 96년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격돌하게 됐다.
요다는 「한국킬러」라는 별명답게 한국기사에게 무려 24승8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세계를 제패한 4인방에게는 17승8패를 올리고 있으며 유창혁9단에게도 5승3패로 앞서고 있다(조훈현9단에겐 4승4패,서봉수9단에겐 3승,이창호 9단에겐 5승1패).
그러나 이 성적은 오래전의 것들이 대부분이다.劉9단도 과거엔나빴으나 올해는 LG배에서 만나 승리했고 應씨배에서의 1승1패를 합해 2승1패로 앞서고 있다.이창호9단은 삼성화재배 패배 직후의 저녁모임에서 『요다를 꼭 한번 만나고 싶 은데 잘 안된다』며 『劉9단쪽이 우세하다고 본다.지금 두면 나 역시 지고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유창혁9단은 『권투에 비유할 때 받아치기 스타일인 요다 바둑은 까다롭기는 하지만 파괴력은 별로 없다.공격하면 일단 물러서는 약점을 활용한다면 승산은 내게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요다9단도 기세에선 밀리지 않는다.그는 삼성화재배 4강전 추첨 직전 누구와 만났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창호』라고 말했고 결승진출 후엔 『劉9단과 應씨배 결승전에서 1대1이 됐지만사실은 두판 다 내가 이길 수 있는 내용이었다.
應씨배든 삼성화재배든 우승을 자신한다』고 큰소리쳤다.
승부의 핵심은 劉9단의 창이 요다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느냐에걸려있는 것으로 보인다.초반은 劉9단이 주도할 것이고 후반에 능한 요다는 장기전을 도모해올 것이다.劉9단의 바둑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속에서 아무튼 세기의 큰 승부는 시 작됐다.80만달러의 대결이라는 지금까지 바둑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대 승부에서 최후에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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