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들어도 새로운비틀스-'비틀스 선집' 3편 오늘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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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약간의 눈발이 흩날리던 69년 1월30일 낮12시 무렵,영국런던 중심가 새빌로 거리의 한 건물 옥상에 4명의 젊은이가 나타났다.뒤이어 귀에 익은 목소리와 연주가 흘러나왔고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은 인근 직장여성들이 이들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나와 삽시간에 인산인해가 됐다.도심에서 소음을 내고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40분만에 제지됐던 이 소동이 그 유명한 비틀스의 「옥상 연주」(루프톱 세션)다.
이 광경은 그들이 출연한 마지막 영화 『렛 잇 비』에 그대로삽입됐다.이는 네명의 멤버가 벌인 마지막 연주가 됐고 지금도 당시의 현장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개발돼 있을 정도로 팝 음악의 역사에 남는 명연중의 하나다.
오늘 시중에 선보이는 『비틀스 선집』(앤솔로지) 3편에서는 비틀스의 마지막 곡 『겟 백』을 「옥상연주」의 실황 그대로 들을 수 있다.이 곡은 경찰이 출동하자 불안을 느낀 폴 매카트니(베이스)가 마지막 부분을 애드 리브로 처리했고 기타를 치던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의 앰프가 아주 짧은 시간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완벽하게 연주되지는 못했다.귀가 예민한 사람이면 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정규 앨범에 수록돼 있는 곡과 비교해 들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비틀스 선집』3편에는 『겟 백』을 포함,68년부터 70년사이의 「화이트 앨범」이란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진 『더 비틀스』와 『애비 로드』『렛 잇 비』를 발표하던 후기 비틀스의 녹음중 50곡이 2장의 CD에 담겨 있다.
이중에는 지금까지 미공개 상태로 남아있던 곡들이 몇곡 포함돼있어 눈길을 끈다.특히 화이트 앨범에 넣기 위해 녹음했다가 다른 곡들에 밀려 빠지게 된 연주시간 6분의 『화츠 더 뉴 메어리 제인』은 존 레넌의 낭랑한 목소리가 갖가지 음향효과와 어우러져 상당히 전위적(아방가르드)인 느낌을 준다.이밖에 『렛 잇비』와 『컴 투게더』의 최초 녹음(퍼스트 테이프),레넌과 매카트니의 대화가 삽입된 『헤이 주드』,에릭 클랩턴의 도움없이 조지 해리슨만의 리드기타로 녹음한 『화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등 이미 발표된 것과는 다른 버전들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잇따라 발표된 『비틀스 선집』시리즈는 지금은 하나의 「전설」이 된 그들의 궤적을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한것으로 이번 3편이 완결편이다.특히 1,2편에서는 존 레넌이 생전에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둔 노래에 나머지 멤버들이 반주를 입힌 『프리 애즈 어 버드』『리얼 러브』가 25년만의 「신곡」으로 발표돼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었다.지금까지의 판매량은 모두 1천3백만장에 이르고 덩달아 기존 음반도 6백만장이 추가로 판매된 것으로 집계돼 세대를 뛰 어넘는 「달러 메이커」로서의 명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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