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업 개혁 크게 후퇴-특혜 시비우려 전문경영체계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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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11.1」 신(新)공기업민영화 방안은 93년말 발표됐던 기존 민영화 방안의 골격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가스공사.담배인삼공사.한국중공업등 핵심 공기업을 사실상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복안이다.1~2년 안에 팔겠다는 것도 조그마한 공기업 6개 정도다.
58개 공기업을 94년에 47개,95년에 5개,96~98년에6개씩 민영화하겠다는 93년의 의욕적인 계획에 비하면 초라하기짝이 없다.
이같은 방향 선회는 특정 공기업이 대기업에 넘어갈 경우 특혜시비가 일 수 있는데다 대통령 임기말까지 1년여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은 저 지르지 말자는 계산도 숨어있다.
이와 관련,이환균(李桓均)재경원차관은 『효율성이 낮은 거대 공기업을 당장 매각할 경우 경제력 집중,증시 충격,농민 보호등에 어려움이 예상돼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이 정부 초기인 93년10월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마련됐다.그러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실질적인 민영화를 위해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의 와중에서 제대로 추진되 지 못했다.증시를 통한 매각도 물량부담 때문에 쉽지 않았다.그 결과 58개 민영화 대상 기업 가운데 소규모 공기업 16건만 이뤄졌다. 지지부진하던 공기업 민영화가 지난 6월 『과감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지시로 가속도가 붙는 듯했다.그러나 8.8개각으로 경제팀이 바뀐후 주춤해졌고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등 적지 않은 부작용만 남긴채 사실상 거의 「원점」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일관성 없는 정부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문제는 이번 대책에 「비효율」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는 이들 거대 공기업의 경영을 어떤 식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제도는 정치적 입김과 「낙하산 인사」가 배제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덜렁 「월급쟁이 사장」을 앉혀 놓는다고 경영이 금방 달라지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공기업을 팔아 조달하겠다던 사회간접자본 투자 재원도 어떻게 마련할지 궁금하다.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도 정부 부문이나 공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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