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우승 2군 감독 … 롯데 구단 일방 해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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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더욱 시끄럽다.

2군을 맡아 2년 연속 남부리그 우승을 일궈낸 정영기 2군 감독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롯데구단의 결정에 대해 팬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17일 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양상문 LG 투수코치를 2군 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러자 구단 홈페이지엔 롯데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구단 인사가 능력이 아닌 인맥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일부 팬들은 롯데그룹 인사 행태까지 들먹이며 “롯데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비아냥도 퍼붓고 있다. 정영기 감독 재계약 포기 결사 반대 캠페인을 벌이자는 의견도 많다.

이런 팬들의 반발에 롯데 측은 “정 감독 해임이 정당한 인사고과 평가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책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구단 운영이 팬들의 입김에 좌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정 감독이 야구 열정도 높고, 성실하며 열심히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2군은 승리와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팬들이 격앙하고 있는 것은 정 감독 교체뿐이 아니다. 교체 과정의 배려 문제도 원인인 듯하다. 정 감독은 17일 훈련이 끝날 즈음 갑자기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과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정 감독은 “내가 잘못해서 해임되지 않았겠나. 롯데에 이런 소란을 일으켜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프로 원년 MBC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롯데와 태평양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한화에서 오랫동안 코치로 활약했다. 롯데에는 2006년 시즌 후 2군 감독으로 합류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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