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거래 뚝 … 33개월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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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외환시장의 불안이 여전하다. 거래량은 크게 줄고, 환율 급등락도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은행 외채에 대한 지급보증 등 정부 대책의 약발도 이틀을 못 넘겼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1원 오른 132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3원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했지만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국내 주식을 판 외국인 투자자들의 송금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탔다. 오름폭이 크진 않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환율 변동폭은 36원으로 전날(100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이날 거래량은 전날보다 1억6000만 달러가 준 25억3000만 달러로 2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80억 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거래가 준 것이다.

우리은행 권우현 과장은 “예전에 10원 정도 움직였을 거래량만으로도 지금은 환율이 100원씩 오르내린다”며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급속히 주는 것은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달러를 가진 쪽이 달러를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앞으로 금융시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누구도 선뜻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달러 공급책 역할을 해오던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전종우 상무는 “미국이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아직 실행에 옮겨진 것은 아니다”며 “일러도 다음달 말께는 돼야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외환딜러들의 위법 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거래내역까지 매일 확인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도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기적 거래로 오해받을 수 있는 거래는 일절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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