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개발도상국 기업들 土種상표로 다국적 기업과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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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브랜드를 고집하면서 다국적 거대기업들에 당당히 맞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있다.
맥도널드를 물리친 필리핀의 졸리비사,일제 오토바이를 몰아낸 인도의 바자즈 오토사,미국의 캐리어사가 맥을 못추는 필리핀의 CII사가 그들.
시장개방이후 선진국 유명 브랜드의 기세에 주눅들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한 수 배워야 할 그들의 경영전략은 무엇일까.
필리핀의 패스트푸드업체 졸리비는 「경쟁력의 재창출」이라는 경영모토를 갖고 있다.
창업자인 토니 탄 칵티옹(43)사장은 이에대해 『고객들의 기호에 맞는 브랜드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다양한 판촉방법을 동원해회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며 전략적 장점을 강화해 나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75년 설립된 졸리비는 당시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필리핀에진출한 미국의 맥도널드와 대항하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필리핀 사람의 입맛에 맞게 개량해 판다는 전략을 세웠다.촉촉하게 물기가밴 고기를 넣은 햄버거,전통적인 국수를 곁들인 프라이드 치킨등은 기대대로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이런 과정에서 80년대 필리핀의 경기침체와 정치불안은 졸리비의 맥도널드 타도를 결정적으로 도와줬다.영업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맥도널드는 그동안의 공격적인 투자를 늦춘 반면 졸리비는 오히려 지점망 확충에 나섰다.그 결과 지난해 졸리 비는 맥도널드의 2배가 넘는 2억3천만달러의 국내매출을 올렸다.
인도 최대의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바자즈 오토는 경쟁사들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자국에 맞는 기술개발및 영업전략을 세워 나감으로써 세계적 업체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일본의 야마하.스즈키,이탈리아의 피아지오등 세계 유수 업체들이 인도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85년 37%에서 지난해는 46%로 훨씬 높아졌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이 세계 굴지의 기업과 대항하기 위해 아직은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많다.필리핀의 전자업체인 CII의 성공도 정부정책에 힘입은 부분이 적지 않다.
CII의 기본전략은 「같은 품질에 낮은 가격」.외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필리핀의 고관세정책 때문에 CII는 같은 품질의 제품을 외국경쟁사보다 5%이상 싸게 팔 수 있다.이러한 정책지원으로 이 회사 고유 브랜드 「콘두라」에어컨의 필리 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5%를 넘어섰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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